승리의 여신은 SK텔레콤(SKT)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강력한 수비 조직력과 롱 패스를 활용한 카운터 어택으로 무장한 SKT가 ‘2014 미래창조과학부장관배 축구대회’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노련한 경기 운영력과 막강한 공격진을 앞세운 전통의 강호 KT는 경기 막판 SKT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통산 12회 우승이라는 대기록 수립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충남 천안시 상록리조트에서 국내 15개 방송·통신 사업자가 참여하는 ‘2014 미래창조과학부장관배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SKT는 연장전에서 터진 극적인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강력한 우승 후보 KT를 2 대 1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네 개 그룹으로 나뉘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올해 대회는 총 15개 팀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경기는 전·후반 각 20분씩 진행됐으며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연장전(결승전)과 승부차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SKT는 수비수 세네 명이 강한 체력에 바탕을 두고 상대방 스트라이커를 에워싸는 ‘질식수비’를 선보이며 예선전부터 4강전까지 상대팀에게 단 한 골도 허용치 않았다. 개인기와 짧은 패스로 상대 진영 수비진을 흔들어 득점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코너킥·프리킥을 활용한 세트피스를 적절히 활용하는 맞춤형 공격 전술도 선보였다.
SKT는 8강전에서 만난 SK텔링크를 1 대 0으로 제압한 뒤 4강전에서 이동통신사 맞수 LG유플러스를 맞았다. LG유플러스는 1차전에서 드림라인을 5 대 0으로, 8강전에서 젊은 선수층을 앞세운 CJ오쇼핑을 2 대 0으로 꺾으며 4강에 올랐다.
SKT는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갈랐다.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친 SKT 공격수는 공을 가볍게 골대 안으로 차 넣으며 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SKT는 전반 10분, 후반 중반에도 한 골씩 추가해 LG유플러스를 3 대 0으로 제압했다.
11회 우승에 빛나는 KT는 8강에서 만난 CBS를 5 대 0으로 대파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복병 SK브로드밴드와 만난 4강전에서 상대팀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터진 헤딩 결승골이 KT를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SKT와 KT가 맞붙은 ‘이동통신사 더비’ 결승전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먼저 공격 주도권을 잡은 쪽은 KT였다. KT는 안정된 볼 배급 능력으로 좌우 공간을 활용하며 SKT의 골문을 노렸다.
전반 7분 KT는 센터 서클 부근에서 전방으로 길게 올린 공이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돼 기회를 잡았다. SKT 수비와 몸싸움을 벌이던 KT 17번 선수가 가까스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12분께 KT 12번 선수가 골 에어리어 좌측에서 우측 골포스트를 보고 공을 감아 찼지만 골문을 크게 빗나갔다.
볼 점유율 주도권을 KT에 내준 SKT는 수비를 강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역습 및 세트피스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 전술은 적중했다. 전반 19분 SKT 11번 선수는 좌측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가볍게 헤딩으로 연결하며 KT의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SKT가 전반전에서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다.
한 골을 뒤진 채 전반전을 마친 KT는 후반전에서 공격라인을 끌어올리며 만회골을 노렸다. 결국 후반 15분 KT가 만회골을 얻는데 성공했다. SKT와 마찬가지로 좌측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19번 선수가 방향을 살짝 바꿔 SKT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9분 KT는 결정적 득점 찬스를 얻었다. 후방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아 돌파하던 KT 22번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SKT 수비수와 부딪치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SKT 선수들은 주심에게 몸 접촉이 없었다며 강력하게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긴장감이 경기장을 휘감은 가운데 키커로 나선 KT 선수는 주심 휘슬과 함께 골문으로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상대방의 동작을 읽은 SKT 골키퍼가 공이 향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움직여 슈팅을 막아냈다. SKT가 기사회생한 순간이다.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마친 두 팀은 10분간 연장전에 돌입했다. 지루한 허리 싸움 끝에 승기를 잡은 쪽은 SKT다.
SKT는 연장 5분께 상대 골대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골문으로 길게 연결한 공을 쇄도하던 SKT 공격수가 머리로 받아 넣으면서 천금 같은 추가골을 얻는 데 성공했다.
KT는 만회골을 얻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질식수비에 막혀 패스가 번번이 끊겼다. SKT는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으로 KT의 제공권을 무력화하고, 패스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에 SKT 선수들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응원석에 있던 동료들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KT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SKT의 우승을 축하하고 악수를 청했다.
최재훈 SKT 사내 축구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려 체력이 뛰어난 젊은 사원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연습을 진행했다”며 “이번 우승을 시작으로 SKT의 장기집권을 노릴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정수 SKT 실장은 “숙적 KT를 꺾어 기쁘다”며 “선수단이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쳐 일궈낸 성과”라고 말했다.
[인터뷰] 대회 MVP(득점왕)-박치영 SKT 선수
“입사 후 7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한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원동력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해 젊은 선수를 대거 영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치영 선수는 SKT가 치른 네 경기에 모두 출전해 네 골을 넣으며 가장 빛나는 우승의 주역이 됐다. 그는 대회운영본부가 선정한 MVP가 되며 팀 우승과 최다득점이라는 갑절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단단한 결속력을 SKT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SKT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자 매분기 1회씩 대전에 모여 연습경기를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SKT가 상대팀 공격수를 철저히 봉쇄하는 질식수비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다.
박 선수는 “내년에는 또 한 번의 세대교체로 팀 전력을 강화해 대회 2연패를 노릴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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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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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