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가 수신료 미납자 확인을 위해 유료방송 업계의 미환급금 조회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기요금과 함께 인출된 수신료를 반환해달라는 시청자 민원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가입 여부를 근거로 수신료 징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는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특정 방송사 한 곳과 공유하면 향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을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19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국내 24개 유료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미환급금 조회 시스템을 KBS 수신료 민원처리 시스템과 연동하는 ‘유료방송 가입 사실 확인 시스템(가칭)’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BS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IPTV, 케이블TV사업자와 만나 구체적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관계자는 “수신료 환불 요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서비스 개선 방침의 일환”이라며 “유료방송 해지·미가입 사실을 참고해 간편하게 환불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TV 수상기를 보유한 세대는 KBS에 일정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KBS가 세대별 TV 수상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대규모 인력·비용이 필요해 사실상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이번 조회 시스템 연동 계획은 유료방송사업자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TV 수상기 보유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KBS의 복안으로 해석된다.
KAIT가 KBS의 계획을 정리해 회의용으로 배포한 ‘KBS 수신료 민원처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방안’에는 ‘민원인이 반환 요청한 수신료가 납부된 기간 중 TV 수상기 미보유 또는 TV 미시청 사실에 대한 입증 필요’라며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는 TV 수신자로 볼 수 있어 반환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KBS가 제시한 미환급금 조회 서비스 활용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미환급금 조회 시스템을 KBS 수신료 민원과 연동하기 위해서는 미환급금 환불 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가입자 개인정보를 KBS와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가입자에게 일일이 개인정보를 KBS에 제공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적·물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의 모든 개인정보가 KBS로 집중되면 해킹 등에 노출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수신료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2775만명에 달하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유출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시청자와 해당 유료방송사업자가 상호 동의한 개별 민원이 정보 조회 대상”이라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적 문제가 없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