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이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일본 가전양판점들이 하반기 들어 일제히 실적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양판’이라는 판매방식에 대한 용도폐기론까지 나온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4대 가전양판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제1의 양판점인 야마다 전기는 매출액이 무려 16.5% 급감, 지난 4월 소비세 증세 조치 이후 가장 부진했다.
야마다 관계자는 “작년 9월에 비해 일요일이 하루 적었고, TV와 에어컨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주춤했던 게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라며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지방점포의 매출이 준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주요 제품의 대당 구입 단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절대 판매수량 자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빅 카메라는 코지마를 포함한 그룹 전체로는 4.8% 감소했지만, 도심 점포망 위주의 빅 단독으로는 0.5% 감소했다. 에어컨 등 계절 상품의 판매에 기대를 걸었던 지난 8월에도 태풍과 호우 등 날씨 영향으로 양판점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물론 4K 텔레비전 등 고급 TV와 세탁기 판매 호조로 빅 카메라와 케이즈 홀딩스는 실적이 일시적으로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업황은 마이너스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판’이라는 구식 판매방식이 이젠 성장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마존재팬 출범 이후 인터넷 쇼핑몰은 일본 가전양판계의 가장 큰 위협이다.
야마다와 빅 등이 당일 배송지역을 확대하면서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온라인 전문업체와의 정면 승부는 부담스러워 한다. 결국 야마다와 에디 온은 ‘가전’에서 파생가능한 주택 판매와 주택리모델링 사업에 각각 눈을 돌리는 등 주력 사업 전환을 고심중이다.
야마다 전기는 주택 전시장을 겸한 교외형 가전양판 점포를 치바현 마츠시와 다카마쓰시 등에 설치했다. 현재 4곳인 주택 전시장 겸용 점포를 오는 2016년까지 2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들 점포의 주차장에는 에너지 절약형 모델 주택을 짓고, 청소 로봇이나 4K TV 등의 가전제품을 갖춰 놓는다.
노보루 야마다 사장은 “주택 분야는 대형 경쟁사가 적어 향후 개척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야마다의 올 3분기 주택 관련 매출은 전분기 대비 30.7% 증가한 1068억엔에 달한다. 이는 전체 매출의 5.6%에 해당한다.
최근 발표된 4대 양판의 내년도 사업계획에 따르면, 야마다 전기와 에디 온은 신규 출점을 억제하고 있다. 야마다는 올해 매출을 1조8130억엔으로 전망, 전년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베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양판 업계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日 4대 가전양판 실적 추이(단위: %)>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