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디어를 살리는 사장인가, 죽이는 사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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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임원들과 함께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 중이다. B사장은 오늘도 임원들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년에 실패한 중국 시장에 재도전해보자는 아이디어에는 “그렇게 말아먹고도 또 중국에 진출하자고?”란 말이 절로 나온다. 젊은 층 공략을 위한 SNS 활용 아이디어도 답답하다. “에고, 또 그 소리. 그런 얘기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겠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B사장은 매번 아이디어 회의가 끝나면 임원들에게 실망한다. 개개인은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아닌데, 도대체 왜 회의에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걸까?

브레인스토밍 회의 때 상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자네가 그걸 제대로 알기나 해?” “그건 너무 황당한데?” 본인은 어떨지 체크리스트에서 회의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을 체크해보자.

10개의 질문 중 7개 이상에 체크했다면 당신은 아이디어 킬러일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적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언제든 아이디어 킬러가 될 조짐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회의 때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것은 직원보다 상사 때문인 때가 많다. 상사가 아이디어를 막는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 등 상사에게서 몇 번 무시당하고 나면 기가 죽어 다음 번에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디어가 샘솟는 회의를 만들 수 있을까.

아이데오(IDEO)라는 디자인 회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디자인을 일주일에 두 개씩 내놓는 회사로 유명하다. 더불어 ‘세상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제일 잘하는 회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이데오가 아이디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쓴 방법들을 살펴보자.

첫째,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비판하지 않는다. 아이데오는 회의실에 경고 벨을 두고, 누군가의 의견을 비판하려고 하면 벨을 눌러 경고를 준다. 그래서 아이데오 회의실에선 어떤 아이디어라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서로의 생각을 칭찬하기까지 하면, 신이 나서 아이디어를 더 쏟아낼 수밖에 없다.

아이데오의 둘째 원칙은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맥주 거품과 같다고 한다. 맨 처음 나오는 아이디어는 평상시 생각하던 것일 뿐 우리가 원하는 진짜 참신한 아이디어는 저 아래 깔려 있어, 그것을 꺼내려면 맥주 거품을 걷어내듯이 평범한 아이디어를 걷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데오는 보통 한 시간 회의에 아이디어가 100개 이상 나오도록 한다.

셋째,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분위기부터 만든다. 분위기가 딱딱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최고 리더의 이야기에는 직원들이 솔직해지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데오는 아이디어 등가의 법칙이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사원도 임원 앞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회의실 분위기부터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이데오 회의실은 누가 사원이고 누가 임원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어수선하고 다들 너무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편안한 회의 분위기가 아이디어 창조의 원천인 셈이다.

넷째, 핵심 주제를 던져준다. 처음에 너무 큰 주제를 갖고 시작하면 아무리 길게 얘기해도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데오는 먼저 핵심 주제를 던져주고 회의를 한다. 예컨대, 단순히 ‘자전거 컵걸이를 디자인하라’고 하는 대신, ‘자전거 통근자들이 커피를 엎지르지 않으려면 자전거 컵걸이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라고 구체적 주제를 던져준다. 이렇게 핵심 주제를 던져주는 것이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 제품이 안 팔리는 이유가 뭘까”보다는 “우리 제품이 경쟁사보다 10·20대 고객이 적은 이유가 뭘까?”라고 구체적 주제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것은 상사가 만든 아이디어 장벽 때문이다. 이를 허물려면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비판은 금물이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디어 양이 많을수록 참신한 것들이 나타날 것이며, 이를 위해 구체적 주제를 던져줘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내가 아이디어 킬러라고 의심된다면 회의 내용을 녹음해 찬찬히 들어보자. 아이디어를 죽이는 범인은 당신일지도 모른다.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아이디어 킬러 체크리스트

-자네가 그걸 제대로 알기나 해?

-그건 너무 황당한데?

-그게 좋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아이디어는 좋은데 시기상조야.

-문제의 핵심을 놓친 것 같은데.

-그거 전에도 해봤지. 근데 다 실패로 끝났어.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나?

-너무 단순한 아이디어군.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