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참여제한에 따른 공공정보화 품질 유지를 위해 도입한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가 관련업체 외면으로 유명무실해졌다. 대기업 참여가 인정된 초대형 사업을 제외하고는 PMO사업 발주가 극소수고, 사업예산도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저가 사업 발주로 오히려 공공정보화 품질을 떨어뜨리는 PMO사업 부실이 우려된다.
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하반기 발주된 건당 5000만~6500만원 규모의 공공PMO 사업 세 건에 입찰한 업체는 감리업체 네 곳에 불과하다. 이 중 두 개 사업에서는 협상평가부적격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모든 컨설팅 기업이 외면한 가운데 PMO와 성격이 다른 감리업체 몇 곳만이 공공PMO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하반기 발주된 사업은 △출연연 재정정보시스템 1차 구축 PMO(5100만원) △범정부 행정협업체계 구축 PMO(6080만원) △e-발주지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PMO(6570만원) 등 총 세 건이다.
출연연 재정정보시스템 1차 구축 사업에는 세 개 업체가 제안, 한 개 업체가 협상평가부적격자로 평가받았다. 그 외 사업에는 중복된 업체 포함, 두 개 업체씩 제안했다. e-발주지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은 한 업체가 협상평가부적격자로 지정돼 단독 응찰이 됐다.
공공PMO 사업에 제안한 업체는 대부분 감리업체다. 금융권 등에서 PMO를 전문적으로 수행했던 컨설팅 기업은 단 한 차례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컨설팅 등 상당수 기업이 공공PMO를 외면하는 이유는 발주된 사업 수도 적고 예산도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하반기 발주된 세 건의 PMO 사업 예산은 모두 본사업 대비 5~6% 수준이다. 컨설팅기업 대표는 “사업예산이 본사업 대비 6% 수준으로는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할 우수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예산을 맞추기 위해 프로젝트관리자(PM)급이 아닌 초급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팀을 구성, 운영할 만큼의 사업 발주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또 다른 컨설팅 기업 대표는 “1년에 사업 발주가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이에 대비해 별도 조직을 구성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며 “수익성 문제로 인해 공공PMO 사업에선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1년제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도 사업을 외면하는 배경이다. 2~3년간 중장기 사업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PMO 사업임에도 해마다 사업자를 선정하는 단년제를 적용한다. 사업자 변경이나 사업자 선정 절차 시 발생하는 3~4개월간의 공백 리스크 때문에 제안을 하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PMO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기획재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안행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이 PMO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정보화 사업에도 PMO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못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기재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했다”며 “단년제 사업자 선정에 따른 문제는 해결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발주된 공공PMO 사업 현황 / 자료:조달청>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