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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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쟁, 전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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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노리아 공주는 아틸라의 침소로 찾아왔다. 아틸라와 아들을 낳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녀는 대제국의 제왕, 아틸라의 아들을 낳고싶었다. 아마도 서로마의 플라키디아 황후와 발렌티니아누스 황제가 알면 그녀를 발기발기 찢어죽일 건방진 망상이었다. 지난번 자신의 호위병 아우구스와 만들었던 아기도, 결국 어머니와 동생이 망설임없이 죽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망상도 가끔 현실이 되기도 한다. 호노리아 공주는 자신을 함부로 내팽개친 어머니와 동생의 서로마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아틸라의 황후가 되면 그만이었다.

호위병이 막아섰다. 호노리아 공주를 막아섰다.

“아틸라 제왕님이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호노리아 공주는 호위병의 뺨을 철썩 때렸다. 호위병의 뺨이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난 아무나가 아니다. 아틸라 제왕의 부인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비켜.”

그러나 호위병은 물러서지 않았다. 호노리아 공주의 목소리는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지랄스럽게 째졌다.

“비켜. 비켜. 비키라고!”

호위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순간 호노리아 공주는 호위병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그의 가슴을 푸욱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도 막을 새가 없었다. 호위병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어처구니 없이 죽어갔다. 호노리아 공주가 피묻은 칼을 들고 아틸라의 침소로 들어갔다. 그녀의 칼을 보자마자 아틸라 곁을 바짝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아틸라를 둘러쌌다. 아틸라는 무사들의 장막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틸라. 아틸라.”

호노리아 공주는 한낱 미친년이 되어 소리질렀다.

“내가 분명히 부인인데 왜 날 들이지 못하게 하십니까? 대(大) 로마의 공주를 이리 취급해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러자 아틸라가 무사의 장막을 가르고 나타났다.

“칼부터 버리시오.”

그 중 한 무사가 말했다. 호노리아 공주는 그저 비웃기만 했다. 그러자 서너명의 무사가 호노리아 공주가 들고 있던 피 묻은 칼을 칼로 쳐서 떨어트리고 그녀의 목에 칼끝을 거의 박았다. 호노리아 공주는 숨을 멈추었다.

“대(大) 로마 제국의 공주라 해도, 아틸라 제왕님의 부인이라 해도 아틸라 제왕님께 칼을 겨누는 자는 누구도 살려둘 수가 없습니다.”

무사들은 호노리아 공주를 죽이려했다. 그때 아틸라가 낮게 말했다.

“그만.”

그러자 무사들은 일제히 칼을 거두었다. 일사불란했다.

“난 아직 이 여자의 나라로부터 지참금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 아직 죽이면 안되겠지.”

호노리아 공주는 약이 올라서 벌벌 미칠 지경이었다.

“당신은 로마의 절반을 지참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로마 전체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호노리아 공주는 스스로 목숨을 구하고 있었다.

“난 부인들이 많소.”

“압니다. 하지만 난 하찮은 소수 부족의 여자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자지요.”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자를 사랑하지 않소. 그러나,”

호노리아 공주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자의 나라는 받을 순 있겠지.”

호노리아 공주는 알듯모를듯 웃었다. 호노리아 공주가 걸치고 있던 긴 옷을 벗었다. 실로 대담한 여자였다. 아틸라는 무사들에게 말했다.

“대기해라.”

무사들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아마도 아틸라의 침소 밖에 대기할 것이다. 무사들이 나가자 호노리아 공주는 옷을 홀랑 벗었다. 발가벗은 몸이었다. 부 끄러움도 없었다.

“당신은 로마의 공주인데 로마의 법도를 지키지 않소?”

그러나 호노리아 공주는 아틸라에게 다가와 아틸라의 그곳을 손으로 턱 잡았다. 아틸라는 전혀 미동도 없었다.

“난 나의 이득에 도움이 된다면 법도를 지킵니다. 지금은 나의 이득이 당신의 아들을 낳으라고 하네요.”

“난 전쟁을 준비중이오. 전쟁 중에 여자는 적이나 마찬가지요.”

호노리아 공주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나에겐 바로 이것이 전쟁입니다.”

아틸라는 비로소 호노리아 공주를 끌어당겼다. 호노리아 공주는 눈을 감았다.

“”박문장과 석영이 사병을 모으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용병을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