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실 TV·가전 설치 사고, 대책 마련 시급

부실한 TV·가전제품 설치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사 등 재설치(이전 설치) 이후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오픈마켓 등 신규 유통라인을 통한 최초 설치 시에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 대부분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능력이 떨어지는 비전문기사나 미등록 영세 업체에 설치를 맡기면서 발생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부실한 가전제품 설치로 인한 고장 및 과다 전기료 부담, 안전사고 발생 등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사고 대상 가전제품도 많이 알려져 있는 에어컨 이외에 TV·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정수기 등으로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벽걸이TV가 보편화하면서 TV 이전설치 관련 사고도 늘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전제품 설치 관련 사고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63.8%가 TV 사고였다. 에어컨(14.7%) 정수기(12.1%) 냉장고(4.5%) 세탁기(4.0%) 식기세척기(0.9%) 등이 뒤를 이었다. TV는 벽걸이TV의 낙하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업계는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를 전문지식이 부족한 ‘비전문가’가 설치하기 때문으로 본다. 대개 TV·에어컨·냉장고 등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실명제(책임제)를 운영하며 전문인력이 직접 설치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사 등 이전해 설치하거나 최근 늘고 있는 오픈마켓 등을 통한 최초 설치 시에는 비전문가가 설치하는 일이 잦다. 이삿짐센터나 유통업체가 영세업체에 설치를 위탁하면서 일부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업계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에어컨 설치업 종사자 약 1만50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를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로 추산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들어 가전제품 설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을 강화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전제품 설치 후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은 설치업체에 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 에어컨 대기업 관계자는 “설치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고객은 무조건 ‘판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며 “최근에는 중국산 저질 설치부품 사용도 늘어 화재발생 등 사고위험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전제품 설치 과정 사고를 줄이고 막기 위해 전문자격증 제도 도입과 설치업체의 손해배상책임보험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병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소비자안전학회장)는 “비전문가가 설치한 후 발생한 사고의 피해를 제조업체가 덮어쓰는 일이 흔하다”며 “소비자 보호와 함께 부실 설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자격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이사는 “가전제품이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는 추세여서 비전문 설치기사의 부실한 설치만으로도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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