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개방형 운용체계(OS)를 확산시켜 2020년까지 특정 소프트웨어(SW) 종속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연말을 목표로 리눅스 기반 독자 OS 배포판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 작업이 한창이다. 소식을 접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독자 OS 개발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과연 누가 사용할까’라는 것이다.
미래부가 발표할 개방형 OS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누구나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OS’가 미래부가 표방하는 슬로건인 만큼 단순히 PC에 설치하고 OS를 운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터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실제 업무에 이 PC를 쓰는 게 과연 적합할까.
우선 인터넷 사용에 제약이 있다. 최근 HTML5 표준으로 다양한 웹 브라우저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 기반 환경이 절대적이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문서 작성을 위해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치하려고 해도 익숙한 MS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는 적용하기 힘들다. 한컴오피스도 리눅스 버전이 2008년에 출시됐지만, 리눅스 배포판별로 설치가 안 되는 때가 있어 한컴 문서 포맷(hwp)을 쓰기도 만만치 않다. 프린터, 팩스 등 주변기기도 호환되지 않으면 개방형 OS를 설치한 PC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와인’ 등의 프로그램으로 윈도용 혹은 맥용 SW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설치하고 사용하는 OS’취지 자체가 어긋난다.
결국 OS 독립을 하더라도 개인이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활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OS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오피스 등 SW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 국내 SW기업 대표의 충고가 귓가에 맴도는 것은 이 때문일까.
최근 한컴이 리눅스용 한컴오피스 뷰어를 시작으로 리눅스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반길 만하다. 정부도 OS에만 국한되지 말고, OS에서 운용되는 SW 개방성 강화도 독려해야 진정한 SW 종속 탈피가 가능하지 않을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