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이완` 경보, 바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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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Chiwan·차이나+타이완의 합성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차이완 경계령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중국 TV 세트 업계와 대만 패널 업계의 전략적인 제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측했고, 제휴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생산성을 따라오진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합심’은 예상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줄곧 1·2위 자리를 차지해 왔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근 대만 업체 이노룩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노룩스의 경우 1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업체를 위협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시장 점유율에서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선두권에 바짝 ?아오더니 부동의 1위 자리를 바꾸는 주역이 됐다.

이노룩스의 이 같은 성장세에는 중국의 도움이 컸다. 중국의 저가 초고화질(UHD) TV 패널이 급성장하면서 이노룩스의 패널 공급이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들 양국의 협력 상징물로 표현되는 ‘샤오미’로 인해 중국 시장서 맥을 못추고 있다. 샤오미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대만 부품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중국 현지 세트 업체와 대만 부품업체간 ‘밀애’는 단순 제품 ‘밀어주기’ 수준뿐 아니라 기술 및 인력까지 공유하며 세를 키우고 있다. 국내 업체에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국이나 차이완의 세력을 경시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멀었다”라는 말로 스스로 위안 섞인 말을 한다. 최근에 만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이 물량 위주의 양떼기 싸움에선 이길지 몰라도 품질 싸움에선 결코 따라오질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LCD TV를 8세대까지 생산하고 있고, 최근엔 세계 최초로 10세대, 11세대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도 국내보다도 더욱 활발하다.

차이완을 다시 봐야 한다. 생산능력이 뛰어난 중국과 첨단 기술을 가진 대만의 시너지 효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막강하다. ‘아직 멀었다’가 아니라 ‘머지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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