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갈택이어(竭澤而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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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여씨춘추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진나라 문공은 성복이라는 곳에서 초나라와 접전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초나라 군사의 수가 진나라 군사보다 훨씬 많고 병력도 막강했다. 딱히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궁리를 하다가 한 신하에게 물었다. 그 신하는 일단 이기기 위해 속임수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문공은 다른 사람의 생각도 물었는데 그는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모두 잡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정부가 공공 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강한 대책을 내놓았다. 중소 SW기업을 살리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를 제한한 것이다.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공공시장에서 대기업을 모두 내 ?아버렸다.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가까워졌다. 당초 대기업이 시장에서 떠난 덕분에 중소기업의 먹거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은 반대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는 중견기업이 맡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상하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 대규모 자금이 동원되는 사업은 중견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발주기관은 아예 대규모 사업을 늦추기도 한다. 특히 해외 전자정부 사업의 경우, 현지에서 국내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나서서 관련 대기업 참여제한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대기업의 발을 계속 묶어두자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당초 정부가 대기업참여제한이라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한 것은 중소 SW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공시장 규모는 일정하고 대기업이 떠나도 중소기업이 나눠가질 파이는 커지지 않았다. 여기에 적지 않은 사업들이 예외조항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검토해야 한다. 다소 어렵고 멀지만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방안을 통한 SW시장 활성화를 고민 할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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