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특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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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심사관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세계 4대 지식재산 출원 강국으로 성장했으나 특허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관 위상은 하향 추세다.

우리나라 심사관의 1인당 연간 심사 처리 건수는 단연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72건), 유럽(47건), 중국(54건)에 비해 3~5배 많은 228건을 한 해에 처리한다. 심사 물량이 많으면 심사 처리 속도가 떨어질 법도 하나 한국은 역시 강하다. 특허 출원 후 1년도 채 안돼 단기간에 심사를 마친다.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심사관 역량과 전문성은 모두 세계 정상급이나, 예전의 위상은 찾아볼 수 없다.

1949년 특허청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4급(서기관)이상으로 출발했던 심사관 직급은 1961년 5급(사무관)이상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하지만 내달부터는 6급(주무관)이상으로 한 단계 더 낮아진다.

격세지감이다. 직급이 낮아진다고는 하나 특허청의 심사관 채용 대상 자격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예전 같으면 4급이나 5급으로 채용됐던 박사나 변호사, 변리사는 이제 6급으로 지원해야만 한다. 자격은 동일한데 심사관 직급만 낮추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특허청 내부에서는 심사관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가 크게 실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다른 부처와 달리 승진 적체 현상이 심한 특허청에서 심사관 사기가 급격히 저하돼 자칫 특허심사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허청에서 조직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특허, 상표·디자인 심사관 수는 무려 1000명에 달한다. 4급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다.

심사관의 자존감을 높이고 특허 심사 품질도 함께 잡기 위해서는 이들이 승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고, 과장 직위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수 심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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