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UHD TV 표준 확정, `HDCP 2.2`·`HDR` 주목

유럽 디지털 산업 협의체 ‘디지털유럽’이 유럽 대륙권 초고화질(UHD) TV 표준 규격을 제정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 HDCP 2.2의 채택과 영상의 빛 노출을 자동 조절하는 HDR 언급이 핵심으로, 전 세계 UHD TV와 주변기기의 제조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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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럽이 현지시간 지난 5일 독일 IFA 2014에서 발표한 유럽 UHD TV 인증 로고 <사진=디지털 유럽>

17일 디지털유럽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유럽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판매 UHD TV 규격과 인증 로고(사진)를 발표했다. 4K 해상도, 50~60프레임(fps), 8비트 색상, 2채널 PCM 스테레오 오디오 등 시판 중인 UHD TV 규격의 대부분을 표준으로 인정했다. 여기에 HDCP 2.2를 의무로, HDR(High Dynamic Range)를 자율적으로 반영토록 했다.

HDCP는 HDMI와 연결된 게임콘솔, 블루레이 플레이어, 셋톱박스 등 주변기기의 콘텐츠 불법복제를 막는 기술로 4K UHD에서는 지난해 9월 발표된 2.2 버전이 쓰인다.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와 주변기기 모두 HDCP 2.2가 호환돼야 4K UHD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유럽은 콘텐츠 업계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HDCP 2.2를 의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UHD TV에 HDCP 2.2 지원 HDMI 포트를 1개씩 제공하고 있다. 4K/60fps·HDCP 2.2 규격의 18Gbps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 전송하는 단일 칩이 현재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 사는 미국 실리콘이미지 등이 데이터 전송량을 낮추는 방법으로 HDCP 2.2를 지원하도록 만든 칩을 1개 포트에, 나머지에는 파나소닉이 지난해 9월 출시한 HDCP 2.2 미지원 4K/60fps 칩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내년 출시 UHD TV부터는 모든 HDMI 포트의 온전한 4K/60fps·HDCP 2.2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 6월 개발한 세계 최초 통합 칩이 다음 달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HDMI 칩은 파나소닉과 실리콘이미지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디지털유럽의 결정으로 이들 업체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TV 표준 규격으로 HDR를 처음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HDR은 카메라와 휴대폰 등 소형기기에 쓰이던 화면 보정 기술로 빛의 노출에 따라 너무 밝거나 어두워진 영상을 적절하게 고치는 데 쓰인다. UHD TV 스스로 시청자에게 편안한 시청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 현재 TV 관련 기술은 개발 중으로 HDR 유무에 따라 인증 여부를 가리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향후 주요 경쟁 요소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유럽의 TV 규격 인증은 유럽 내 TV 판매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유럽연합(EU) 각 국 정부가 함께 제정한 인증 규격이라는 점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다. 2005년부터 규격을 제정했으며 유럽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의 TV 제조에도 영향을 끼쳤다. 디지털 유럽은 “제조사별로 제각각이던 표준을 통합해 소비자 선택권 함양과 콘텐츠 업계의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정 취지를 밝혔다.

국내 업계도 디지털 유럽의 결정을 반영해 유럽향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있는 유럽 기술 담당 인력들이 디지털 유럽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TV 제조사 관계자는 “디지털 유럽의 개정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최신 표준을 반영한 UHD TV 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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