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버발 혁신과 공유경제

Photo Image

우버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산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 표방 기업이다. 중개 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하지만 설립 4년 만에 세계 최대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를 뛰어넘는 18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한다. 이는 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다. 진출한 도시도 44개국 175개에 달하며, 최고급 차량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바탕으로 간략한 앱 조작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과 럭셔리한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인기도 좋다.

그러나 우버와 제도권의 충돌이 세계 주요도시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유럽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택시기사들의 동맹파업과 폭력시위는 산업혁명이 벌어졌던 기계파괴 운동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잇는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Neo Luddite)으로 불릴 정도다. 택시기사들의 일자리와 수입 감소, 지자체의 세수 감소 때문이다.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세계 주요 도시들은 우버를 불법영업자로 규정하면서 현재 법과 규제들이 공유경제 시스템에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다는 우버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타협의 모습도 보인다. 시카고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며 우버를 허용했고, 파리는 택시들과의 공정경쟁을 위해 차량호출 앱을 사용하는 택시들은 호출 15분 후에 출발해야 하는 ‘15분법’을 시행했다.

우버도 최근 제도권과의 충돌과 공유경제 본질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현지화 전략 중심의 일부 타협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공짜 카풀서비스인 ‘인민우버’ 서비스를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법률 검토와 지자체 논의를 거쳐 제도권과의 충돌 회피를 위해 택시가 아닌 여행 에이전시로 등록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우리나라에서 시범 운영을 발표한 우버엑스는 차량을 가진 일반인이 간단한 등록으로 택시영업을 할 수 있는 모델로 미국에서도 가장 논란의 핵심인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버 홈페이지에 운전자로 등록하는 데는 10분, 영어로 된 교육용 동영상 시청에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가 6000만~7000만원에 거래되는 현실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물론 우버가 주장하는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시스템은 아니다.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했던 가장 오래된 경제시스템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경제시스템이다. 다만 최근 세계적 불경기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협력적 소비가 대안적 소비로 재조명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대중화에 맞물려 세계로 그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유경제 표방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이 공유경제의 핵심철학인 협력적 소비의 개념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이들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세계적 혁신 조류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버를 통해 불어닥친 공유경제 논란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품일 수도 있지만 이미 빈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도 우버에 이어 기술기반 기업들을 제치고 기업가치가 10조원 규모로 세계 스타트업 기업가치 2위를 달리고 있으며,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공유경제 스타트업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기존 규제와 제도권에 대항하고 있다.

혁신과 제도는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다. 인터넷 발전에 따라 최근 시장 형성이 시작되는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T2P(Things to People)’ 시장을 형성해 공유경제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공유경제를 우리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공유경제가 혁신을 유발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공유경제를 포함한 다양성과 기술발전에 따른 혁신을 함께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 있는 혁신이 탄생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 doowoncha@kistep.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