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기업으로 글로벌 패스트(Fast)패션 넘버원인 ‘자라(ZARA)’. 자라는 스페인이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도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자라의 성장은 패스트패션의 핵심인 ‘소량생산 적기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빅데이터 분석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이 패션 업계 지도를 바꾼다. 패스트패션이 세계적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현재 빅데이터 분석은 패션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열쇠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내 패션 업계는 일부 대형기업을 제외하고는 빅데이터 분석 도입을 주저한다. 패스트패션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분석 도입이 늦어지면 외국계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라·유니클로, 빅데이터 분석으로 적시 출시
다국적 패스트패션기업인 자라·유니클로·H&M 등의 국내 매출은 1조원에 이른다. 국내 전체 패스트패션 시장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이들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수요를 예측, 적시에 상품을 출시했던 것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해 수요 예측을 절실히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매장에서 전송되는 내부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션 업계가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패션업체는 내부정보를 정제하고 외부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미국·영국 시장에는 패션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까지 급성장했다. 내부 정제된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융합, 빅데이터 분석으로 패션기업은 소비자 선호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상품기획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디자인 방향을 결정할지,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등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패스트패션 업계도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자라는 초기 파일럿 제품을 출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한 후 추가 생산 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파일럿 상품 출시 후 반응을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자 상품 출시가 늦어졌다.
이후 미국 MIT 데이터전문가와 함께 세계 70개국 7만여개의 매장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상품기획, 디자인, 출시, 재고관리에 적용했다. 이제는 시제품이 아닌 예측된 상품으로 트렌드에 맞춰 적시 출시가 가능해졌다.
◇내부 데이터 표준화와 외부 데이터 융합 필요
우리나라는 제일모직·LF(옛 LG패션)·코오롱 등 대형 패션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트렌드에 맞는 적시 상품 출시보다 가격할인 등 이벤트로 외국계 패스트패션기업 공략에 맞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패션시장이 외국계 업체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제시한다. 하루 빨리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출시, 재고 등의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내부 데이터 표준화와 외부 데이터 융합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석 도입을 비용 요인으로만 받아들이는 인식도 전환해야 한다.
우선 내부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 매장 판매시점관리(POS)로 도출되는 각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다. 그러나 내부 데이터만은 한계가 있다. 내부 데이터는 대부분 판매 관련 데이터로 매출이나 유형별 판매현황을 알 수 있는 기초데이터들이다.
효율적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외부 데이터가 필요하다. 외부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앞서 명확한 빅데이터 분석 목표가 수립돼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비롯해 공공 통계 데이터 등 다수 외부 데이터를 확보한다. 조익래 SUS패션연구소 대표는 “내부 데이터는 마케팅 영역에 활용하는 데 필요하고 외부 데이터는 상품기획이나 디자인에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조 대표는 “상당수 패션기업은 빅데이터 분석 도입을 비용요인으로만 본다”며 “비용요인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빅데이터 분석을 활발하게 도입하는 외국계 패션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