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신임 동반성장위원장이 16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관련해 권고보다는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자율합의를 유도하는데 무게를 두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77개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둔 시점에서 제도 운영을 총괄하는 수장이 입장 변화를 예고하면서 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문제에 대해 ‘대기업은 양보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며 “적합업종 제도의 발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적합업종 제도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적합업종의 틀로 울타리를 치는 것보다 자율 협의로 해결하는 것이 궁극적 경제발전을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은 산업 생태계 공동성장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협력과 상생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생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적합업종 제도 강화를 줄곧 주장해온 중소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자율합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기업과 협상에서 떠밀려 받아들이는 차선책이지 진정한 동반성장 방향이 아니다”며 “적합업종 제도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권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자발적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가동할테니 적합업종을 해제하자는 대기업 측 목소리를 동반위원장이 그대로 반복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제도의 전면 후퇴는 아니”라고 밝혔다. 민간자율 합의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을 장려하고, 자율합의가 안 되는 품목에 한해 적합업종 권고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떠밀려 시행되는 제도 보호보다는 자발적이며 실질적 동반성장 성과를 더 높일 수단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중기 해외 동반진출 우수 사례에 동반성장지수 가점을 부여해 대기업 참여를 독려한다. 이달 초 농가와 상생협력안을 도출한 CJ그룹 이외에도 신세계, 롯데, 포스코와 차례로 만나 관련 지원책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납품 알선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매담당자 간 공개적 만남을 상시 지원하고 동반성장지수 평가기준 개편도 착수한다. 체감도 조사 업종을 현행 5개에서 8개로 늘리고 지수의 업종별 유·불리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업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항목을 개발하기로 했다. 2·3차 협력사의 체감도 조사 반영 비율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