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왓투메이크 대표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였다. 능력 있는 메이커, 1인 기업 대표로 통하지만 그가 일을 시작한 계기는 사업 실패와 낙향이었다. 2007년 회사가 망하고 빚을 떠안은 채 대전으로 내려와 평소 하고 싶던 ‘만들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전자회로는 2007년 로봇을 만들기 위해 독학했다. 시제품 디자인부터 전자회로 제작까지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이르는 기술을 보유해 혼자서도 웬만한 작업이 가능하다. 작품을 블로그에 올리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일이 들어왔고, 지금은 빚도 다 갚았다.
첫 작품은 친구 집에 얹혀살며 만든 ‘펫토이봇’이다. 출근 후 혼자 남겨지는 반려동물과 놀아주는 소형 로봇을 고안해 제작까지 마쳤다. 재미 삼아 만들었지만 김 대표가 운영하는 메이커 커뮤니티 ‘무규칙 이종결합 공작터 용도변경’ 동료가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3D프린팅 1인승 전기차 만들기’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는 비싸고 충전이 어려운데 굳이 5인승, 장거리용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며 “3D프린터를 이용해 1인승 맞춤형 전기차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료에게 자동차 디자인을 맡기고 본인은 3D프린터를 직접 만든다. 1인승이지만 자동차 크기 출력물을 뽑으려면 맞춤형 3D프린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진은 따로 만들지 않고 오토바이 등에 사용하는 소형 엔진을 개조해 쓸 계획이다. 3D프린터 제작을 올해 안으로 마치고 내년 본격적으로 자동차 제작에 도전한다.
괴짜처럼 보이지만 ‘만들기’에 대한 철학은 분명하다. 손에 직접 떼를 묻혀봐야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반영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하는 사람들도 설계만 하고 만드는 일은 외주를 주는데 그러면 발전이 늦다”며 “직접 만들어봐야 제조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문제점을 바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와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 조류와도 맞다. 그는 “나사만 쪼을 줄 아는 사람은 ‘체결’에 대한 제한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손으로 만들어봐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대량생산 시대에는 분업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타당할지 몰라도,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려면 여러 가지 기술을 알고 융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업적인 용도와 상관없이 만들기 자체에 도전하지만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대표는 “디자인은 필요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며 “예술가로서 메이커가 되기 보다는 실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