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경제다. 정부는 독과점 횡포와 같은 경쟁 제한 상황을 제외하곤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 시장을 왜곡시키고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까지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개입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국립대학 재정·회계, 인사·급여, 산학·연구 등의 업무를 통합 처리하는 대학자원관리시스템을 개발하려는 교육부도 해당한다.
민간 기업으로 치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같은 통합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2016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7년께 모든 국립대에 구축한다. 제각각인 업무시스템을 통합해 대학 경영 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이해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직접 나서 개발해 공짜로 국립대학에 뿌리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명백한 시장 개입이다. 경쟁 제한 행위다.
언뜻 보면 교육부가 새 개발 프로젝트를 띄우니 새 시장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착시다. 대학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한 SW업체들은 교육부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모두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수주 기업도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겠지만 공급가격 하락과 시장 전체 크기 축소로 멀리 보면 큰 이익이 아니다. 이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국립대학은 새 통합시스템에 적응해야 해 불편하며, 예산 낭비 우려도 생긴다.
교육부는 시스템 통합 효과를 얻고 싶다면 직접 새로 개발하기보다 국립대학에 공급하는 업체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 규격을 정해 따르도록 하면 된다. 시한을 둔 로드맵까지 제시하면 더욱 좋다. 이렇게 호환성을 높이다보면 머잖아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시스템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다. 상용 SW업체들은 갑자기 시장을 잃지도 않는다. 교육부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다. 이 길을 놔두고 기존 업체와 솔루션을 무시한 채 새 것만 고집한다. 엉뚱한 오해로 번질 수 있다. 교육부뿐만 아니다. 멀쩡한 상용 제품을 활용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예산을 들여 새로 만들어 공짜로 주면서 생색을 내려는 정부부처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많다. 업계 혈압만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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