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다큐로 해외 흥행 이끌어낸 하시내 보다미디어그룹 대표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노년의 고독이란 테마로 풀어낸 것이 많은 해외 방송에서 주목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전역에는 ‘내일도 꼭 엉클조(Here Comes Uncle Joe)’란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트럭을 몰고 다니는 현대판 방물장수 조병기 씨가 안동군 임동면을 누비면서 외로운 노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적 정서를 고독이란 인류 공통의 영상언어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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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 제작사는 보다미디어그룹이다. 미디어그룹이라고 하지만 대표와 감독만 있는 단출한 독립제작사다. 한국 다큐가 PBS란 미국 공영 방송 네트워크를 타고 방송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두 명의 젊은 방송 전문가가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시내 대표(34)는 엉클 조가 미국에서 전파를 탄 배경을 한국에서는 재원 조달이 쉽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 대표가 조 아저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소속사 조연출로 일했던 하 대표는 당시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그를 처음 보고 나중에 자신이 작품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2009년 소속 제작사를 떠나 선배였던 최우영 감독을 영입하고 다큐제작에 돌입했다.

하지만 재원마련이 문제였다. 하 대표는 “기획서를 들고 국내 방송사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찾은 곳이 국제 다큐멘터리 시장이었다. 처음에는 대륙을 넘어 국가 간 공동기획자를 찾는 ‘크로싱 보더스’에 참가했다. 영어로 작품을 설명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경험을 쌓았고 기회가 곧 찾아왔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마켓 ‘아시안 사이드 오브 더 독’에서 일본 NHK,와 노르웨이로부터 선 판매 주문을 받았다. 이듬해엔 미국외주전문채널(ITVS)을 통해 PBS와 판매계약을 이끌어냈다. 공동제작 타이틀이 조건이었다. ‘엉클 조’는 이후 NHK, SBS와 미국 PBS에서 방송된 이후에도,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해외 방송사와 공동제작을 선택한 덕택에 저작권은 보다미디어에 있다. 스위스 판매 대행사를 거쳐 지역마다 방송 판권을 파는 형태다. 비록 다큐멘터리 판매로 많은 수익을 거둘 수는 없지만 다른 제작을 기획할 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벨기에 기업과 새로운 교육 다큐를 공동 제작 중이다.

하 대표는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제작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국내 방송사와 계약했다면 저작권은 물론 수익 확보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내 방송시장도 선진 다큐시장처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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