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내년부터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한다. 담뱃값이 물가와 연동해 계속 오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연치료·흡연예방 예산을 대폭 늘린다.
정부는 11일 개최된 제31회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연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흡연으로 연간 사망자가 5만8000명에 달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담뱃값 인상, 강력한 비가격 정책, 금연치료 집중 지원 등을 포괄한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평균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2000원 인상을 추진한다. 담뱃값이 2004년 이후 10년째 동결돼 실질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저 수준인 만큼 상당폭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인상률이 담뱃값에 반영되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 실질가격 하락 현상을 방지하고 가격의 금연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가격 인상분에는 종전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에 더해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를 도입, 소득역진성을 완화하고 담배소비를 억제한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비준국으로서 이행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담뱃갑에 경고그림 표기, 포괄적 광고 금지 등의 입법을 동시에 추진한다.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사진 등 경고 그림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한다. 홍보·판촉 목적의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등 담배 관련 포괄적 광고·후원을 막는다.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선다. 담뱃값 중 건강증진부담금 비중을 확대하고, 추가 확보된 재원을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은 약물·상담 치료에 지원한다. 학교, 군부대,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한 금연지원도 대폭 늘린다. 금연 광고와 캠페인을 연중 실시하고 보건소 금연클리닉, 상담전화, 온라인상담 등 일 대 일 맞춤형 금연상담 서비스를 강화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금연종합대책으로 흡연율이 2004년 담뱃값 500원을 올렸을 때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2020년 성인 남성 흡연율 목표 29%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 전 사재기 우려와 관련해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법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며 “고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국세청 등과 합동 단속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