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 의료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0년 경력의 소아과 전문의가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의료 전문가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물에서 20초가량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으라고 권유했다.
또 씻지 않은 손을 눈, 코, 입에 대는 것을 삼가고 뽀뽀·포옹하기, 환자와 컵 공유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8일(현지시각) CNN 방송에 따르면, 동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켄터키, 중부 미주리·일리노이·아이오와·캔자스·오클라호마, 중서부 콜로라도주 등 10개 주에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아동 환자가 늘고 있다.
엔테로바이러스 ‘EV-D68’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심한 기침과 함께 오한, 고열, 호흡 곤란을 동반한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널리 알려졌다. EV-D68에 감염된 중증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한다.
미국에서 이 바이러스의 감염 보고건수는 발견 시점인 1960년대 이래 100건에 채 못 미쳤지만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바이러스 질환 전문가인 마크 필랜시는 “지금껏 드러난 감염 보고 건과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태가 악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전염병을 퇴치할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다.
미주리주와 캔자스주에서는 하루 평균 30명의 어린이가 이 바이러스로 병원을 찾고 이 중 15%가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아동병원도 개학 시점인 8월 18일 이후 이 증상을 보인 어린이 900명을 넘게 치료했다.
로키마운틴 아동병원의 라주 메예팬 박사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겨울에 더욱 바빠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