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아이가 타고 다닐 게 필요하면 수백만원짜리 좋은 장난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단골손님인 최기홍·유민혜씨 부부는 지난 6월부터 수개월째 아들 동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만들고 있다. 부부가 ‘동동’이라고 이름 붙인 걸음마용 로봇이다. 부품 하나, 소스 코드 하나까지 무한상상실 장비를 이용해 직접 깎고 짜서 만들었다.
동동 핵심 부품은 손잡이다. 손잡이에 부착된 센서가 아이의 의도를 읽는다. 걸어가려는 동작에서 앞쪽으로 힘이 쏠리면 지지대 역할을 하면서 같이 나아간다. 반대로 손잡이를 잡은 채 멈춰 서면 뒤쪽으로 힘이 가해지면서 작동이 멈춘다.
테두리에 고르게 퍼져 있는 초음파 센서가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방향을 조정한다. 아이가 벽이나 물건에 부딪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로봇 청소기에 스마트 손잡이를 추가한 구조다. 마이크로컨트롤러인 아두이노를 개량해 직접 짠 소프트웨어(SW)를 로봇 ‘두뇌’로 탑재했다.
최씨는 “아기 걸음마용으로 만들었지만 크기를 키우면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용 보행 보조 로봇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부가 원래 만들려던 로봇은 걸음마용이 아닌 배밀이용 로봇이었다. 센서를 이용해 아이가 다가서면 조금씩 물러나도록 설계했다. 개발이 채 끝나기 전에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걸음마용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다.
부부는 지금도 성공 여부에는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다. 로봇은 아이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부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씨는 지난해 8월 출산 후 육아 휴직 중이다. 아이와 단 둘이 집안에만 머무는 일이 힘겹고 답답했다. 로봇 작업을 시작하면서 유씨는 부쩍 밝아졌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배운 SW 기술은 복직 후 하게 될 반도체 칩 제조 업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때 로봇 동아리 활동을 했던 최씨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았다.
부부는 로봇을 하나의 ‘가족사’로 남길 계획이다. 유씨는 “동하가 이 로봇과 함께 엄마 아빠의 사랑을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