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통만한 모형차가 하얀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모형차에 쏠렸다. 모형차가 차선을 벗어나자 체육관에는 안타까움이 울려 퍼졌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달리는 모형차를 바라봤다. 대회가 끝난 뒤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배경으로 춤을 추기도 했다.

프리스케일이 개최한 지능형 모형차 경주대회의 최종 결선 ‘월드와이드 프리스케일 컵 챔피언십 2014’이 지난 30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이 행사가 처음이다. 중국 팀인 ‘부스트(BUST) CCD1’와 ‘수퍼소닉(Supersonic)’이 각각 11.356초, 11.366초로 1, 2위를 기록했다. 국내 팀인 ‘범블비(Bumble bee)’는 17.834초로 아쉽게 4위에 그쳤다.
모형차에 처음 시연된 ‘차선유지제어(LKC)’ 기능은 각국 참가팀을 하나로 묶었다. LKC는 주행선을 인식해 안정적인 경로를 유지하며 달리는 기술이다.
몇몇 팀이 잇따라 트랙 이탈로 탈락하면서 완주만 해도 모든 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총 17개 팀 중 8개 팀이 차선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해 멈추는 ‘자동긴급제동(AEB)’ 기능의 작동 여부가 감점 요인이었다.
인하대학교 ‘로보터 연구회’ 동아리 구성원으로 이뤄진 범블비 팀은 첫 출전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팀장 조봉언씨(전기과 4학년)는 “같이 참가한 후배들이 내년에도 출전할 것”이라며 “차체를 가볍게 해 속도를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런런(RunRun)’ 팀은 지난 7월 국내 예선전에서 1등을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두 번의 주행 모두 트랙을 벗어났다. 이 팀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전했다. 런런 팀장 조지훈씨(4학년)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다른 국가 학생들의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한국 팀인 범블비가 완주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리스케일 컵은 총 9개국 15개 대학 17개 팀이 참가했다. 프리스케일이 제공한 부품 세트를 활용해 각 팀이 만든 지능형 모형차가 언덕길, 급커브 길, 구불구불한 길 등 주어진 차선을 빨리 통과하면 된다. 이번 대회 우승 팀은 내년 6월 미국 텍사스 프리스케일 본사에서 개최되는 ‘프리스케일 테크놀러지 포럼’에 참가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