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이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후지필름은 필름과 카메라 회사로 국내에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06년 제2 창업 선언 이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헬스케어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 일본의 대표기업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지필름은 한국 내 의료기기 사업을 위해 최근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후지필름이 100% 출자했으며 사명은 후지필름소노사이트코리아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한국법인 대표로 강선영씨가 선임됐다. 의료기기 판매를 위한 품질관리기준(GMP) 심사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후지필름은 국내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명에 언급된 ‘소노사이트’는 후지필름이 지난 2011년 약 1조원(9억9500만달러)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업체다. 후지필름소노사이트코리아는 미국 소노사이트에서 개발된 제품을 국내 들여와 판매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지필름은 당초 한국 내 카메라 사업 법인(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을 통해 의료기기 사업도 추진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시장 특성을 고려,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후지필름의 국내 진출은 내수 의료기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따르면 소노사이트는 세계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4~5위를, 휴대형 분야에서는 세계 2위를 점유하고 있다. 고정밀 영상 기술과 소형·경량화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로 8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소노사이트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과 자주 부딪히는 기업”이라며 “이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삼성메디슨과 알피니언테크놀로지 등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메디슨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메디슨은 국내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1위다. 소노사이트는 삼성이 인수를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또 이번 후지필름의 행보는 헬스케어에 힘을 싣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사업 확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의 전자 기업들은 헬스케어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카메라 제조사인 니콘은 향후 3년간 의료장비회사 인수합병에 20억달러(약 2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소니는 올림푸스와 손잡고 내시경을 개발하는 중이다. 후지필름은 필름 시대가 저물자 핵심 기술을 토대로 의료기기, 제약, 화장품 등 헬스케어 사업을 육성해왔는데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