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수업시간. 일일 선생님으로 나선 기업의 엔지니어가 학생들에게 로봇 구동원리를 설명하고 형상기억합금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움직이는 악어 모형을 학생들과 함께 제작했다. 어려운 공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는 실험으로 배우니 학생들의 얼굴에도 호기심과 웃음이 가득하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정준양)이 진행하는 ‘주니어 공학기술교실’ 풍경이다.

산업현장의 엔지니어가 직접 학생들에게 공학 기술 원리를 가르치는 재능 기부 사업인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이 10주년을 맞았다.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전 공학한림원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2004년에 시작한 사업은 이듬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까지 이르렀다. 처음 5개 기업이 재능기부에 참여해 7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10년 만에 57개 기업, 157개 학교가 참여할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지금까지 참여한 학생 수도 25만명에 이른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7일 한양대에서 주니어 공학기술교실 10주년 기념식을 열고 그간의 사업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은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가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이 공학적 지식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실험키트로 시제품을 함께 제작하는 사업이다.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기술문화 확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 지역 내 학교에 대한 공학교육 지원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지역 사회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했다. 학교는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실용적이고 다양한 실험실습 기회를 학생에게 제공해 공학교육 내실화를 촉진했다. 국가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봉사활동을 촉진하고 공학에 대한 학생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 청소년의 이공계 진로 선택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공학한림원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 맞춤형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을 도입하고 콘텐츠 내실화도 추진한다. 소외계층 학생을 위한 기술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정준양 회장은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큰 축을 담당했다”며 “이공계 출신 산업현장 인력이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공학교육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모델을 제시했고 미래 기술기반 인재를 육성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초등학생들이 미래 공학기술자의 꿈과 희망을 키워 갈 수 있도록 기업 참여를 늘리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