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내달부터로 예고했던 페이스북이 26일 한국 내 게임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예고와 다른 조치에 업계는 물론이고 게임 이용자까지 반발했다. 게임등급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민간 위탁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는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도기에 빚어진 행정 공백의 결과다.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전면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이용자와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세계 시장에 서비스하는 페이스북 게임을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에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페이스북용 ‘팜히어로사가’와 ‘드론러쉬’ 등에 접속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해당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페이스북 게임은 해외 유명 게임을 국내에 소개하는 등 세계 시장 흐름을 알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캔디크러시사가’ ‘팜빌’ ‘드로우섬싱’은 페이스북에서 유명세를 타 수억명이 즐기는 스테디셀러 게임이다. 팜빌로 유명한 징가는 페이스북 플랫폼을 타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산업 발전과 이용자 요구에 역행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개발사나 국내 진출한 해외 게임사는 등급분류를 신청할 수 있지만 한국 매출이 크지 않은 해외 기업이나 규모가 영세한 해외 개발사는 국내 시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서비스 중단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게임물등급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초기 우왕좌왕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위가 페이스북 본사에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지난 5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출범한 뒤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첫 민간등급분류기관으로 게임위로부터 5년간 위탁을 받아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에 해당하는 PC온라인, 콘솔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소셜 카지노 게임 같은 성인물은 게임위가, 캔디크러시사가 등의 일반 게임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맡는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페이스북이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모두 서비스하므로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해석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향후 양 기관이 페이스북 측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이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급작스럽게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논란이다. 오랜 기간 즐겨온 게임을 충분한 공지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개발사도 불과 나흘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자 당황한 모습이다. 각 개발사에 별도 공지는 없었다.
게임위 측은 “등급심의를 받는 개발사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 측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관련 기업들과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동안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국내 사용자와 시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