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현지화, 돈들일 가치 있을까?

[테크홀릭] 해외 게임을 우리나라에 출시하려면 아무래도 영어를 한글로 변역하는 등 언어를 현지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해외 게임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기도 한다. RPG 게임인 디펜더스 퀘스트(Defender’s Quest : Valley of the Forgotten) 개발자인 라스 두켓(Lars Doucet)은 나름대로 예산과 시간을 들인 이런 현지화가 매출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매량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공개했다.

Photo Image

이에 따르면 디펜더스 퀘스트는 스팀(Steam) 같은 서비스를 통해 다운로드 판매를 실시해 올해 7월까지 총 65만 6,000달러, 개수로는 19만 5,000개를 기록했다. 스팀 내 월별 판매 추이를 보면 아무래도 할인 판매를 실시한 달이 눈에 띈다. 90% 할인 판매를 진행한 올해 1월에는 판매량도 크게 치솟았다.

Photo Image

이 게임은 영어와 독일어, 체코어, 러시아,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 버전을 정식 출시했다. 독일어와 일본어는 전문 번역가에게 외주를 맡겼지만 체코와 러시아, 한국어는 일반 팬이 번역해준 것이다.

Photo Image

그런데 이런 다국어 버전을 내놓으면서 월별 판매 추이 중 비영어권 국가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국가별 비율은 단번에 성장하는 시기가 있다. 67% 할인을 실시한 지난해 6월과 8월, 90% 할인 세일을 한 올해 1월에는 러시아의 비율이 다른 달보다 월등하게 높다. 게임 출시 후 5개월 동안 러시아 내 판매량은 평균 2.4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5.1%, 8월에는 9.8%를 나타냈다. 러시아 버전을 내놓은 올해 6월 이전에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러시아 시장에선 자국어 버전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 경쟁력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러시아에선 자국어보다 세일 프로모션 같은 게 더 먹힌다는 얘기다.

Photo Image

하지만 한국과 일본 시장은 다르다. 이들 국가가 전월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건 올해 2∼3월이다. 할인 판매를 실시했을 때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 국가 언어 버전이 나온 건 올해 6월이다. 도대체 왜 2∼3월에 판매량이 늘었을까.

다스 두켓은 올해 2월 우리나라에서 국내 사용자가 해킹해 베타버전 비공식 한국어 글꼴이 나오게 되면서 한국 내에서의 판매량이 단번에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2월에 이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한국어 버전 정식 출시를 단행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건 3월이다. 스팀 외에 다른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인 플레이즘(Playism)에서 이 게임의 일본어 버전 판매가 시작된 달이다. 90일 뒤 디펜더스 퀘스트는 스팀에서 일본어 버전을 발표했다.

국가별 시장 점유율이나 판매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현지화가 판매량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걸 확인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스 두켓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일의 경우 미국에 이어 큰 시장이어서 현지화를 해 조금만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도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에선 자국어 버전보다 할인 프로모션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일본에선 자국어 버전 출시 효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지화에는 시간과 예산이 상당히 들어간다. 실제로 디펜더스 퀘스트는 게임 내 4만 5,000개 단어를 지역화하는 데 상당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는 시스템과 UI를 처음부터 현지화하는 걸 전제로 설계해두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판매량을 감안하면 현지화는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