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젠하이저가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에 나선다. 한국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와 포칼(프랑스), 하만카돈(미국), 소니(일본) 등 해외 업체들 간의 경쟁이 주목된다.
젠하이저는 21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 호텔에서 한국지사 설립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시장에서의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지사는 젠하이저가 아시아에 설립한 첫 해외지사로서 신규 사업 개발과 마케팅, 서비스 센터 운영 등을 맡게 된다.
1945년 설립된 젠하이저는 마이크, 앰프 등 전문가용 음향 시스템의 B2B 시장과 프리미엄 헤드세트를 중심으로 한 B2C 시장 모두에서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5억9050만 유로(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유럽 헤드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시아 비중은 20% 수준이다.
특히 헤드세트 분야는 2009년 이후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매출에서 B2C가 절반 이상 기여한다. 국내 시장에는 1980년대 초반 방송사 등을 중심으로 B2B 제품을 판매한 이래 300여곳의 판매처를 확보했고, 한국지사 설립과 함께 서비스 센터 직영, 고객서비스 프로그램 ‘컨시어지’, 체험매장 ‘뮤직카페’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다니엘 젠하이저 CEO는 “70년 간 글로벌 리더로서 인정받은 젠하이저의 전문 기술과 경험, 서비스를 한국 고객이 더욱 가까이 체험할 것”이라 말했다.
국내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은 영상(TV)과 달리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홈시어터·사운드바 등 대형기기 중심의 국내 진영과 헤드세트 위주의 해외 진영이 맞서는 형국이었으나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지난 4월 헤드폰·이어폰·스피커로 구성된 프리미엄 오디오기기 ‘레벨’ 시리즈(삼성)를, 7월에는 헤드세트 ‘톤 플러스’(LG)를 출시했다. 2009년 700억원에 불과했던 헤드폰 시장 규모가 올해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양 사는 홈시어터와 사운드바를 생산하는 가전 사업부가 아닌 모바일기기 관련 사업부에서 이들 제품을 내놓으며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해외 업체도 전통적 강세를 보였던 헤드세트에서 대형기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사운드바 ‘디멘션’을 출시한 프랑스 포칼은 오는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체험형 매장을 개관한다. 하만카돈은 LG전자와 초고화질(UHD) TV 스피커, 톤 플러스를 함께 개발하면서 스피커 ‘JBL’, 헤드폰 ‘AKG’등 고유 브랜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소니코리아는 헤드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앞세워 블루투스 스피커, 앰프 등 고정형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해외 출시 제품인 홈시어터와 사운드바를 해외 직접구매로 들여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다니엘 CEO는 “빠른 변화 속의 한국 고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길 원한다”며 “K팝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가는 한국 소비자들과 가까이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