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팹리스 업계, 스스로 거듭날 때

최근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꽃피지도 못한 채 고사할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세계 반도체 2위’라는 타이틀과 달리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왔으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판매액 기준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겨우 5.8%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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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한 축인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들에 주는 정부 지원도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설계자동화(EDA)툴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나 한국반도체연구조합(COSAR) 등 이익대변 단체들이 있지만 협회와 팹리스 업계 간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주장대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큰 축인 팹리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다. 멀티미디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짝 활황을 누렸던 지난 2000년대초와 달리 지금은 대다수 업체가 영세한 형편으로 전락했다. 정부 지원 감소, 전방 시장 부진 등 여러 원인이 있으나 업계가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에도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면, 이제는 어떤 지원을 받아 어떻게 자립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막연히 정부 지원만 요구하기 앞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업계의 바람은 20여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 지원, 우수 인재 확보, 해외 시장 진출, 국책 연구개발(R&D) 과제 수주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팹리스를 지원한 기간만 20여년이다. EDA 툴 지원 사업도 18년째 명칭만 바꿔서 추진 중이다. 정부로서는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은 줄이는 게 합당하다.

업계는 정부가 어떤 것을 어떻게 지원해줘야 하는지, 그 덕분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명확히 내올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책임지는 팹리스 업계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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