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며 선전하고 있지만 연구개발비(R&D) 비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와 기업 경영 환경 조성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주요 지표를 기준으로 한일 양국 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우리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여전히 3~4배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나타내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일본은 231개인 데 비해 한국은 64개에 불과했다.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기업 역시 일본은 57개, 한국은 17개로 차이를 보였다.
전체 경제규모에서도 일본이 4배가량 한국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일본이 우리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일본이 한국보다 3.84배 높았다.
특히 큰 격차를 보인 분야는 과학기술 및 R&D 분야다. 일본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16명이나 되는 반면에 한국은 단 명도 배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집행위원회가 2012년 발표한 세계 R&D 2000대 기업에 일본은 353개, 한국은 56개가 포함됐다. 실제 2012년 기준 연구개발비가 1조원이 넘는 한국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3개에 불과한 반면에 일본은 도요타, 혼다 등 29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정보회사 톰슨로이터가 보유특허 수 등을 기준으로 작년에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 기업에도 일본 기업은 28개, 한국 기업은 3개 포함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 기업은 반도체 생산액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으며 대일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인 부품·소재 분야 의존도도 많이 줄였다. 섬유 분야도 앞섰다.
주요 제조업 대표기업들을 비교해 봐도 한국이 앞서거나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는 같은 분야 일본 1위 기업인 파나소닉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4배가 넘고, 현대자동차 역시 도요타자동차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다.
엄치성 전경련 상무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다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R&D 등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규제개선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