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학 교육 비중 축소 움직임이 국제학술행사인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수학계 올림픽에 참가한 세계 석학들이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 축소 방침에 우려를 나타내 눈길을 모았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ICM 세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Why STEM?’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과학 교육 축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기조 발제와 좌장을 맡은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현재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르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분야 수업시간이 상당히 축소된다”며 “1주일에 고등학생들의 과학 학습 시간이 최소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무려 3분의 1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수학이나 과학은 상대적으로 공부 시간에 비해 점수를 받기가 어려워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며 “현재 개편안처럼 시수가 줄게 되면 기본적인 미적분도 풀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학자들도 기초 학문 기피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은 “운동이 힘들다고 해서 운동을 쉽게 만들어서 비만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수학이 어려우니 단순히 쉽게만 접근하려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효과적인 교수법은 계속 개발해야 하지만 과목 본질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장피에르 부르귀뇽 유럽연구위원회(ERC) 위원장은 “수학이 갖고 있는 산업적, 학문적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명확히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며 “수학을 통해 많은 진로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학생들이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가 추진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서 과학 과목 비중이 3분의 1 이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학계는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 재구성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