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삼성전자의 제안인 ‘협상 참여자 8명 우선 보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피해자가 200명이 넘는데 협상 참여자만 보상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반올림은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중증 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164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그룹 내 전자 산업 부문 계열사까지 합하면 총 233명으로 집계됐다는 게 반올림 측 주장이다.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장은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병을 얻은 사람이 200명이 넘는데 협상 참여자인 8명만 우선 보상해선 안 된다”며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작업 현장에서 일한 기간이 짧았다는 이유 등으로 보상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이미 숨졌거나 거동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의 6차 협상에서 반올림 측 협상단 8명 중 5명은 삼성전자가 제안한 대로 협상 참여자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 단장을 포함한 나머지 3명은 포괄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산재 보상 신청자 전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안에 찬성한 5명에 대해 협상단 배제설이 돌았으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올림 관계자는 “협상 이후에 삼성 측의 제안에 대한 내부 의견을 나눈 적은 없다”며 “모두가 한 뜻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만큼 협상단 참여 배제 등은 예정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황 단장은 “삼성은 지금 피해자 가족들이 지치길 기다리는 것”이라며 “피해 보상, 사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가 아니다”라며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산재보상 방해,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를 폭행하고 고소·고발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김미선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 등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증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