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류 확산 채널 막고 창작자 사기 떨어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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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천송이 코트’ 열풍을 불렀다. 드라마를 보고 천송이 코트를 사기 위해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중국 팬이 몰렸지만 공인인증서에 막혀 물건을 살 수 없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공인인증서 폐지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정부는 공인인증서 없는 온라인 결제방식을 도입했다. 해외 사용자를 국내 서비스로 부르는 한류 콘텐츠의 힘이 확인된 순간이다.

이 현상은 한류 콘텐츠 중심인 음원 서비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음원업체가 최근 공개한 오픈 플랫폼 서비스에는 해외 사용자 참여가 크게 늘었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알린 까닭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온 해외 사용자는 국내 가수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달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들은 한류 콘텐츠는 물론이고 콘텐츠를 소개하는 서비스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지만 이들은 자유로운 콘텐츠 이용이 불가능하다.

공인인증서가 천송이 코트 발목을 잡았듯이 여가부 성인인증이 국내 서비스 이용을 막는다. 청소년유해물, 일명 성인콘텐츠 접근 시 최소 하루에 한번 별도 인증을 거쳐야 한다. 팩스와 아이핀, 휴대전화 등으로 본인임을 확인해야 하지만 외국인이 이런 인증과정을 통과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 여가부가 제시한 인증방법 모두 외국인 이용자에겐 불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사용자의 자연스런 유입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여가부 성인인증이 적용돼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잠재적인 한류 전파 채널이 막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가부 성인인증 강화는 창작자 사기 저하로도 이어진다. 창작자 입장에선 경제적 수익이란 현실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별도 성인인증에 짜증난 사용자가 성인 등급 음원 재생을 포기할 수 있다.

음반산업협회 관계자는 “별도 성인인증으로 서비스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음원 업계가 성인물 콘텐츠 유통을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인지도 낮은 창작자 입장에선 콘텐츠 생산에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가수나 기획사는 성인 콘텐츠라고 해도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열어 광고 수입을 얻으며 아무 문제 없이 홍보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지명도 낮은 가수는 처지가 다르다”며 “별도 성인인증이 여러모로 창작자 사기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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