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130억원 규모의 정보화사업 발주를 앞두고 지역 역차별 및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내년 초 100억여원이 투입되는 사업화관리시스템 등 정보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별다른 공고 및 공지과정 없이 수도권 소재 일부 SI(시스템통합) 업체로만 구성한 ‘SNS 그룹방’을 임의로 개설, 정보를 사전 공유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외된 지역 및 수도권 업체는 역차별 및 특혜를 주기 위한 사전담합 의혹까지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18일 다수의 IT·SW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전당은 정보화사업 인프라 및 콘텐츠 구축 사업컨설팅을 위해 지난달 A사 등 수도권 소재 업체 9곳을 그룹방으로 불러 사업컨설팅 설계의뢰를 일방적으로 요청했다. 협조를 잘하면 인센티브를 줄 것이며, 협조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은 자료 미제출 기업과 기한연장을 요청한 업체에 수차례 욕설과 평가과정에서 불이익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관련 직원 모럴 해저드 시비도 일고 있다.
참가업체 한 관계자는 “SNS상에서 욕설을 암시하는 문자와 강압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라는 담당자의 권위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대다수의 업체가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으나 후폭풍이 두려워 쉬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문화전당 정보화사업담당은 이 대화내용을 상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책임 간부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만큼 사업관리 및 보고체계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지역업체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사업 설명회를 놓고도 구설수에 올랐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달 16일 해당기업을 현장으로 초대해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행사장을 찾은 지역 SI기업은 ‘초청대상이 아니니 나가달라’는 담당자의 요청으로 사업 참여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 같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일방적 소통이 알려지면서 지역 업체가 발끈했다.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아시아문화전당이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기회를 주고 정작 지역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면적 16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 문화복합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입안됐다. 책정된 예산은 오는 2023년까지 20년간 국비 2조8000억원 등 총 5조3000억원에 이른다. 전당은 아시아예술극장과 문화창조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 체제로 꾸려진다.
지역IT업체 한 A사장은 “도심공동화 방지와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설립된 아시아문화전당이 암암리에 특정업체와 손잡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라며 “정식 입찰도 하기 전부터 입맛에 맞는 업체를 선별하는 듯한 행위는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은향 전당기획과 총괄은 “내실있는 입찰제안서 준비와 특정업체 배제를 위해 지역업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사업 표준안 제작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수도권 SI업체들과 SNS 대화과정에서 발생한 욕설 등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