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중국 내에서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세가 무섭다. 14억 인구의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3년 전 첫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만 해도 ‘짝퉁’ 애플로 불렸던 샤오미가 단시간에 삼성전자, 애플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9월 3세대 샤오미 스마트폰 ‘Mi3′를 공개하면서 부터다. 까만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되는 레이쥔 샤오미 CEO는 Mi3를 치켜들며 3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및 애플 아이폰5S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같은 사양의 경쟁사 제품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은 지난 해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1,87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발판이 되었다.
◇ 마케팅은 애플, 서비스는 아마존 벤치마킹 = 애플과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제품 발표부터 공개 직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까지 애플 따라 하기에 바쁜 샤오미지만 실제 판매 전략은 애플과 정반대다. 샤오미는 성능이 우수한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애플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렇다면 샤오미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은 뭘까.
애플 다음으로 벤치마킹한 곳은 아마존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로 수익을 남기려는 아마존의 전략과 닮은 점이 많다. 요컨대 아마존이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를 저렴하게 판매한 후 전자책·비디오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것처럼 샤오미도 게임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47인치 기준 52만 원대의 저렴한 스마트TV를 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전략은 구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삼성전자 등 경쟁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함께 한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독자 운영체제인 ‘MIUI’를 개발하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매주 한 번씩 업데이트하며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구글과 제조사, 통신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처럼 끊임없이 사용자와 교감하며 업데이트에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사용자를 샤오미의 두터운 팬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독자 운영체제를 쓰는 탓에 구글 자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뿐 기존 안드로이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에 샤오미는 기반 인프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는 아마존 방식을 적용하는 양자의 강점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샤오미가 경쟁사 제품 절반 이하라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2000년 초반 PC 판매 1위를 기록했던 델의 ‘주문생산방식’을 떠올리는 온라인 유통망 도입이 있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통신사가 다시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현재의 유통 구조는 판매 가격 40%의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
온라인 유통의 경우 보통 판매 가격의 2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샤오미는 유통 비용이 판매 가격의 1~2%에 불과한 자체 온라인 쇼핑몰 ‘샤오미닷컴’을 통한 판매방식을 고집했고, 마케팅 비용은 물론 판매채널 유지에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 꾸준한 품질 향상, 생산은 아웃소싱 = 첫 제품이 독자 운영체제 MIUI일 정도로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에 강하다.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만 일한 레이쥔 CEO 발자취 또한 그렇다. 하드웨어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샤오미가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위협하는 Mi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투자다.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개발자 대부분은 모토로라 출신이며 전체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절반이 구글,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던 경력자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를 아끼지 않으니 품질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샤오미는 같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왔다. 초기 가성비 위주의 대만 제품을 써왔던 것과 달리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플 방식의 대량 구매가 가능해졌고 샤프, 소니 등 A급 부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현중 전임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4세대 ‘Mi4′는 안과 밖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다운 모양새를 갖췄다”면서 “5인치 디스플레이는 샤프와 JDI 그리고 LG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카메라는 소니 부품을 가져다 섰다.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이 만들다 보니 193단계에 걸쳐 만들어진 메탈 프레임은 아이폰 이상의 만듦새다. 더 이상 샤오미를 값싼 중국산 스마트폰으로 치부하기엔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 샤오미의 이상과 현실 = 샤오미의 전략은 확실하다. 향후 아마존처럼 샤오미닷컴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하드웨어 외에 전자책·비디오 등 콘텐츠와 서비스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요소보다 불안 요소가 많아서다.
지난 7월 출시한 4세대 Mi4 인기는 ‘대박’에 가깝다. 37초 만에 초도 물량 1만대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6, 갤럭시노트4 등 경쟁사 프리미엄 모델과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Mi4 선전이 기대된다. 인도 시장에서의 돌풍도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2초 만에 15,000대가 완판 되며 중국 다음으로 큰 인도에서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 인도는 마이크로맥스, 삼성,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으나 샤오미 등장으로 향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긍정적인 요소는 이제 출발선을 통과했을 뿐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현중 전임연구원은 불안 요소로 생산 능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꼽았다. 자체 생산 라인이 없기 때문에 목표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폭스콘 제조 일정에 따라 하반기 아이폰6와 Mi4 공급량이 달라질 수 있다. 내수의 탄탄한 온라인 유통망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흡한 유통망 또한 샤오미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구조 다변화도 꼭 해결해야 할 요소다. 지난 해 샤오미는 약 5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1.7억 달러가 액세서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매출액이다. 게임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을 가진 아마존이 태블릿PC에서 포기한 손익을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판매해 만회하는 이른바 하드웨어 사업과 서비스 사업 간 ‘교차 보조’ 가능한 것과 달리 샤오미는 갈 길이 아직 멀다.
하드웨어(스마트폰), 소프트웨어(MIUI), 인터넷 서비스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샤오미 생태계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서비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상거래로 판매되는 액세서리, 게임, 애플리케이션 등이다. 아직 미미한 수준의 매출 규모지만 샤오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마존과 같은 교차 보조 모델인 점을 감안할 때 낮은 가격의 스마트폰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주효한 전략이다.
장애물은 또 있다. 현재 샤오미의 열풍은 중국 내수 시장을 포함한 중화권에 한정되어 있다. 이제 인도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을 뿐 북미, 유럽시장에서 샤오미는 그림자나 마찬가지다. LG경제연구소 배은준 책임연구원은 “샤오미의 올해 판매 예상치는 당초 5,000만대였지만 최근 6,000만대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면서도 “2분기 판매량 가운데 97%가 중국 내수에서 소비되었다. 연말까지 해외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샤오미의 해외 시장 진출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했다.
창업 4년 만에 애플과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한 샤오미.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까지 갖춘 샤오미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를 막아내고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