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틸라를 흔든 여자
1.
둔탁한 돌을 쌓아 만든 수도원의 경비는 꽤 삼엄해 보이기는 했다. 해자(垓字)까지 있었으니 더했다. 돌의 비틀거리는 경계마다 검푸른 이끼들이 서로 암수가 얽혀 불륜의 비릿한 처음 냄새를 풍겼다. 쥐새끼 한 마리도 지나지 못할만큼 다닥다닥 붙어있는 군사들의 엉터리 욕심이 달빛을 무너트린 밤, 그러나 수도원 꼭대기는 불빛이 흔들리는 폭이 심상치 않았다. 군사들은 무엇을 짐작하는지 큭 웃으며 수컷의 음탕한 이빨을 갈았다.
호노리아(Honoria)는 자신의 친위병, 아우구스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호노리아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거리의 창녀처럼 다루는 짐승같은 그가 좋았다. 서로마 궁정에서의 귀족들이란 멍청하게 살만 뒤룩하게 쪄서 쥐새끼 그것만한 제 물건도 보지 못하는 엉터리 수컷 깜냥이었다. 게다가 영웅호색 한답시고 설쳐대니 그런 하자있는 수컷들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자결하는 편이 나았다.
아우구스는 달랐다. 강철같은 허벅지를 갖고 있었다. 호노리아 친위병으로 있으면서 여자 구경은 해보지도 못했는지 꼭 걸신들린 놈 같았다. 온몸에서 퀴퀴한 수컷 냄새가 역겨울 정도였다. 출신도 변변치 못한 것이 당당히 자신의 욕망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호노리아의 심한 욕망을 다스릴줄 알았다. 호노리아는 아우구스가 없으면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았다.
이들의 요동에 욕망이 억제된 벽 속에 갇혀있던 쥐새끼들이 모두 기어나왔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하고 있던 가느다란 불빛은 이들의 어지러운 난잡한 행위를 과장되게 벽에 투사(投射)했다. 불빛은 더욱 커졌고 흔들림도 더욱 커졌다. 쥐새끼들은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줄 알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미친 암컷과 수컷은 쥐새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천사와 악마의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나를 동로마제국의 수도원에 가둔 것을 후회하게 될거야. 반드시.”
호노리아는 과도하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흥분과 만족과 살육과 모반의 엎치락뒤치락이었다.
“어머니에게 칼을 겨누면 그 칼이 나부터 죽일거야.”
호노리아는 아우구스의 뺨을 야멸차게 갈겼다. 빰의 살가죽이 벗겨져나갔다.
“아니, 내 갓난 아들부터 죽이겠지.”
그녀의 눈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폭풍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슬픔도 고통도 아니었다.
“나의 아들이기도 해.”
아우구스는 방금 자신의 뺨을 갈긴 호노리아의 손목을 아프게 잡아틀었다. 호노리아는 아픈 척도 하지 않았다.
“아우구스. 동로마의 황제는 내 동생 발렌티니아누스(Valentinianus 3세)가 아니야. 바로 어머니 갈라 플라키디아(Galla Placidia)지. 동생을 불과 여섯 살 때 황제로 즉위시키면서 섭정을 시작했어. 서고트 왕국, 야만족의 왕비이기도 했지. 정치적으로 어머니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황제야.”
호노리아는 벌거벗은 채로 일어났다. 그녀는 결코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었다. 각진 턱선과 각진 어깨는 오히려 남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당당했다.
“여길 나가야 해.”
아우구스는 따라일어나 호노리아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그녀의 몸땡이에 있는 봉우리들이 다시 일어났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보내지 않을텐데.”
“테오도시우스는 단지 어머니의 조카이기 때문에 말을 듣는게 아니야. 그의 정치적 관심사는 단 한 가지. 아틸라의 관심을 동로마로 돌린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날 팔 수 있다면 팔기라도 하겠지. 왕족에게 혈족은 없어. 만약 테오도시우스가 너를 해치려 한다면?...”
호노리아는 아우구스 쪽으로 몸을 획 돌렸다. 봉우리들이 팽팽이 솟아있었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망가자.”
호노리아가 다시 아우구스의 뺨을 비명처럼 갈겼다. 귀에서 피가 퍽 터졌다.
“미쳤어? 난 내 아들을 서로마제국의 황제로 만들고 말거야. 어머니처럼 황후가 될거라고.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어.”
호노리아는 아우구스의 얼굴을 자신의 젖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어쩌면, 넌 죽어야 할 운명일지 몰라.”
아우구스는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가는 뜨악한 공포를 느꼈다. 호노리아를 으스러질 듯이 껴안았다.
“내가 황후가 못된다면 나는 로마를 야만족에게 넘기고 말겠어.”
호노리아는 갑자기 아우구스를 침대로 밀쳐버렸다. 그녀의 존엄도 없는 교미는 또 시작되었다. 밖에서 말발굽소리가 소란했다. 격렬한 밤을 찢으려 하고 있었다.
미사흔은 자신이 밤의 비늘을 찢으며 달리는 말발굽소리가 아틸라의 말발굽소리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미 아틸라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의 위대한 보폭을 놓쳤다고 생각했다.
“끈질긴 허영심일까?”
미사흔은 자신에게 엄하게 물었다.
“저의 몸에서 아들을 얻지 못해서 그러십니까? 왕자님의 위대한 제국에서 도망치지 마십시오.”
에첼의 눈빛은 차라리 가여웠다. 둥둥 둥둥.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