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 업계에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 방송 재전송료를 요구하면서 재전송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재송신료를 전면 거부했던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과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은 일부 IPTV사업자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반면에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사업자는 여전히 수용불가 방침을 고수, 유료방송 업계가 불협화음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17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문화방송(MBC)은 지난 8일 ‘인천 아시안게임 콘텐츠 유통 공지 및 담당자 지정요청’ 제하 공문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IPTV 등에 발송하고 지난 14일까지 재송신 대가 협상 의향을 회신받았다.
MBC 협상 담당자는 “회신 마감일까지 다수 사업자가 협상 의향을 보내 왔다”며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금액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을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SO와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즉각 반발했다. 지상파 3사에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재전송료를 부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해당 공문에 따르면 MBC는 브라질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재송신 계약 제6조 1항에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 관련 대가를 양사 간 별도 협의해 정하도록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재송신 계약 제6조는 대가 지불이 아닌 사업자 간 지켜야 할 사항을 명시한 조항”이라며 “실무 인력이 서로 의견은 교환하겠지만 대가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미 지상파에 지불한 CPS에 (국민관심행사 재전송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못 박았다.
반면에 브라질 월드컵 기간 사상 초유의 모바일IPTV 블랙아웃(송출중단)을 겪은 IPTV 업계는 기존 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MBC가 제시하는 재전송료 금액 등 조건을 고려해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벽·아침 경기가 대부분이었던 브라질 월드컵과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은 낮 시간에 경기가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컵 재송신료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IPTV업체 관계자는 “브라질 월드컵과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 재전송료는 지상파와 타협 여지가 있다”며 “브라질 월드컵보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재전송료 규모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지상파 재전송 범위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사업자가 지상파에 아시안게임 재전송료를 지불하면 이른바 ‘선례’를 남겨 향후 CPS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상파는 브라질 월드컵 재전송료를 요구할 당시 IPTV사업자가 남아공 월드컵, 런던·소치 올림픽에 별도 재송신료를 지급한 것을 강조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재송신 기준 탓에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모바일IPTV 블랙아웃 등 국민이 겪는 피해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시청자 권리 보장 차원에서 재송신 제도를 근본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