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IPTV를 포함한 유무선·유선 결합 상품 할인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 케이블TV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전후해 통신사들이 무선에서 유선으로 마케팅 중심을 옮기면서 직격탄을 맞는 양상이다. 통신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케이블TV 93개사의 시장 점유율(아날로그, 디지털 합산)이 1년 새 61.14%에서 56.3%로 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하락폭은 그대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증가분에 반영됐다.
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업계 시장 점유율은 2009년 79.18%을 기록한 이후 올해 56.3%로 5년 간 22%포인트 이상 수직 하락했다. 디지털 전환과 정부 IPTV 활성화 정책, 통신사 투자가 맞물리며 대규모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사가 단통법을 앞두고 유선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통법 등이 구체화된 올해 6월과 7월 사이 통신사를 중심으로 유선결합(인터넷+TV+전화) 상품에 6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투입되는 등 시장 과열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유선시장 보조금 상한선 위법성 여부를 단독상품일 경우 19만원, 2개 이상 결합 시 22만원, 3개 이상 결합 시 25만원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이를 훌쩍 넘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은 최근 유선상품 판매 정책을 강화하고 신규 결합요금 설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무선시장 마케팅에 규제가 강화되며 유선 고객을 중심으로 무선 고객을 묶는 결합상품 설계가 필수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무선시장에서 묶인 보조금이 유선시장을 흘러들어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일선 영업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케이블TV업계는 지속적으로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꾸준히 의견을 접수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미 통신사 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전이돼 유효경쟁 구도가 깨지고 있다”며 “단통법 등으로 통신사 유선, 유무선결합판매가 늘면 케이블TV업계는 물론이고 방송시장 전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신사 결합상품으로 인터넷, 케이블TV 등이 ‘공짜’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악재다.
정부로서는 유료 방송시장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측되지만 이를 통제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결합할인으로 소비자 혜택이 존재하는데다 IPTV 활성화가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차별적 혜택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력, 예산 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조정 기능을 발동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이미 케이블TV업계 경쟁력에 균열이 가던 2000년대 중반 종편 등 이슈에 밀려 방송산업 생태계를 연착륙할 타이밍을 한번 놓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 부사장은 “자연스러운 산업 구조조정이 필수라는 것을 전제하면 비대칭 규제를 비롯해 케이블TV 인프라를 고도화 시키는 등 정책조정 기능을 앞세운 시장 개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