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난사,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연천 관심병사 탈영 등 군 사고가 끊이지 않자 군 내부의 부실한 인권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든 고충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담시스템이 전무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나마 기존에 존재하던 폐쇄망 기반 각 군 인권시스템은 개별적으로 운영돼 통합적 현황 분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통합인권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11일 군과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에 따르면, 병사를 비롯한 군인들의 인권상담이나 진정이 폐쇄망인 국방망으로만 가능해 군 인권침해 사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됐다. 기존 폐쇄망 기반의 각 군별 인권시스템은 개별적으로 운영, 군 전체의 현황관리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방된 인터넷 기반 인권상담이나 침해 신고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군 복무 중인 본인과 동료 외에는 시스템으로 신고를 할 수가 없다. 가해자들이 입을 맞추고 사실을 은폐하면 어느 누구도 인권침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발생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는 윤모 일병 구타 등 인권침해 사실을 알리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해 수개월이 지나도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자녀를 군에 보낸 한 부모는 “자녀가 휴가를 나와 군의 인권침해 사실을 말해도 이를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자칫 군에 있는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봐 직접적인 신고는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인트라넷 기반으로 구축된 군 인권상담·신고 시스템이 통합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부대 내 구타사망 등 심각한 사고가 발생해도 관련 간부들이 은폐하면 상급부대에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실제 이번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고도 초기 해당부대 간부들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려 해 상급부대에서 정확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통합인권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보니 각 군별로 인권센터 관련시스템을 개발, 중복투자 문제도 발생시켰다. 기존에 운영 중인 여군 고충과 병영생활상담 사이트 등도 활용이 미흡했다.
당초 국방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초 ‘2014~2018 국방인권정책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 통합 국방인권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논의만 진행할 뿐 실제 통합인권시스템 구축은 추진하지 못했다. GOP 총기난사와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방부의 부실한 인권관리가 질타를 받자 뒤늦게 통합인권시스템 구축 사업을 최근 발주했다. 연내 시스템 구축을 완료, 내년부터 전 군을 대상으로 통합 적용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군 인권시스템은 폐쇄망으로만 이용 가능해 대국민 접근이 차단돼 있어 인터넷 기반 시스템으로 개편이 요구됐다”며 “군별로 최소 기능의 상담만 진행되는 점도 개선, 전 군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