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학 교과서 검인정 평가원으로 이관 추진…전문성 훼손 우려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과학, 수학 등 전문교과 교과서의 검·인정 업무를 교육과정평가원으로 이관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과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마련한 검·인정 업무 위탁 정책 취지를 스스로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8일까지 진행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수요 조사 때 이 같은 내용의 개정수요를 안행부에 제출했다. 해당 시행령에 수학, 과학 교과서의 검·인정 업무 수임기관이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명시돼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 수학 교과서와 함께 경제, 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업무 역시 이관을 추진한다. 현재 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경제 교과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인정 업무를 맡고 있다. 교육부는 교과서 검·인정 체계 전체를 일원화해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과학, 수학 교과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2010년부터 검·인정 업무를 맡아 심사를 진행해왔다. 이론과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과목 특성상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재단 측은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검정 심사 과정에 일선 교사와 학자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도 참여시켰다.

교육부는 업무 이관을 추진하며 ‘심사 기관 분산으로 인한 일관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전문기관에 심사를 맡길 경우 체계성과 효율성이 부족하고 행정처리가 미숙하다는 것이다. 결국 과목에 대한 전문성보다 ‘교육적 배경을 지닌 기관(교육과정평가원)’에 심사를 맡겨야 한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당장 과학교육 전문성과 위상 축소가 우려된다. 독립기관이 아닌 교육과정평가원의 한 분과에서 검·인정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평가원에도 과학교육 전문가가 있겠지만 전체 업무 중 아주 작은 분야”라며 “수학, 과학 교육은 그렇게 묻혀가서는 안된다는 게 과학기술기본법의 취지”라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도 교육부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평가원에서도 검정은 하겠지만 전문기관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또 다른 과학교사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평가원에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목 관련 지식에서는 창의재단 쪽에 더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진 방식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개정수요 제출 전인 지난 7월 말 미래부와 기재부 등 관계 부처에 사전 의견조회를 의뢰했다. 해당 부처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알고도 안행부에 개정수요 제출을 강행했다. 의견을 물어놓고 묵살한 셈이어서 향후 부처 간 갈등이 예상된다.

법률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과학창의재단의 교과서 검·인정 업무는 시행령뿐만 아니라 상위법인 과학기술기본법에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안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하위 법령이 상위법을 거스르는 형국이 된다. 미래부 역시 교육부에 전달한 답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국 교육부 교과서기획과장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본격적인 추진 단계는 아니다”며 “안행부에 개정수요를 낸 뒤에도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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