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IBM이 인간의 두뇌와 같은 구조를 갖춘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서로 전혀 다르다. IBM이 개발에 성공한 칩은 인간의 두뇌가 갖고 있는 신경망을 재현하는 기존 컴퓨터 기술과는 차별화된 것으로 높은 처리 능력과 에너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IBM이 지난 8월 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시냅스(SyNAPSE) 칩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뉴런(programmable neurons) 100만 개와 시냅스(programmable synapses) 2억 5,600만 개, 1와트로 초당 460억 회 시냅틱 작동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코넬대학교와 IBM이 공동 연구하고 삼성전자가 28nm 제조공정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칩에는 64×64개 프로세서 코어가 배치되어 있으며 네트워크로 통신을 할 수 있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마치 수천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끼리 뉴런으로 거대한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두뇌에 가까운 것이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재현한 것과는 달리 다른 수준에서 뇌 구조 재현을 시도한 것이다.
트루노스(TrueNorth)라고 명명한 칩에는 트랜지스터 54억 개 이상, 코어 4,096개가 탑재되어 있다. 각 코어는 뉴런과 같은 동작을 한다. 코어에는 100kb 메모리가 구현되어 있으며 뉴런 상태나 신호가 송수신 정보로 저장된다. 또 실제 뉴런처럼 연결한다. 연결 강도를 나타내는 값을 보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코어는 다른 256개 코어에서 신호를 받고 또 256개 코어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코어는 다른 코어에 신호를 보내기 위한 신경 스파이크를 발신하는 통신 도구를 갖추고 있다. 모든 칩은 격자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대상을 지정할 경우 XY 좌표와 각 코어별 고유 뉴런ID를 이용한 지정 외에도 난수 생성 기능을 이용해 인간의 뇌에 있는 확률적인 스파이크 활동을 재현하는 구조도 갖췄다.
트루노스는 기존 노이만형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소프트웨어는 전혀 쓸모가 없지만 IBM이 개발한 콤파스(Compass)라는 신경망 재현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트루노스는 이미지와 소리 같은 인식 데이터 분석에 위력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 시스템 전체 작동 클록은 1kHz로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어마다 비동기적으로 통신 처리를 하지 않는 건 유후상태로 전환하도록 설계, 출력 밀도는 1m2당 20mW다. 기존 프로세서가 같은 조건이라면 1m2당 50W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절전 성능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초당 30프레임짜리 400×240픽셀 동영상을 분석하는 동안 찍힌 보행자나 자전거, 자동차 같은 개체를 인식하는 작업을 실시한 결과 소비 전력은 60mW였다고 한다.
IBM리서치 뇌 구조 컴퓨팅 부문 수석 과학자인 다멘드라 모드하(Dharmendra Modha) 박사는 IBM이 인지 컴퓨팅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서 뇌 구조를 닮은 칩은 감각 인식이 가능하고 지능적인 앱을 애 모바일 기기를 혁신하고 와이파이 없이 손안에서 작동 가능하게 되는 등 컴퓨터 역사상 중대한 변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이 칩을 바탕으로 한 다층화 구조를 실현해 처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는 모두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를 취한다. 기억장치와 중앙처리장치, 입출력장치 등 3단계 구조를 취한 것.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고속 컴퓨팅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까지는 속도를 끌어올려왔지만 기존 컴퓨터 기술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트루노스 같은 뉴런 컴퓨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