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IT서비스기업과 통신사가 앞다퉈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소프트웨어(SW) 시장에 국가 연구기관도 가세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BEMS 개방형 SW를 개발, 건물 사용자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연구기관까지 BEMS SW를 개발, 대외사업이 극히 제한된 관련 시장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BEMS 개방형 SW 개발 사업을 최근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연내 개방형 통신·운용체계 기반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BEMS SW를 개발한다. 개발된 BEMS SW는 10월 말 제작 완료되는 시뮬레이터에 탑재, 서비스 구현을 검증하고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BEMS 개방형 SW 개발을 추진한 배경은 기존 출시된 BEMS SW가 제대로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BEMS SW는 공급자 위주의 제품이어서 건물주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자 중심의 제품을 개방형으로 개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BEMS 개방형 SW를 도입하면 특화된 모듈만 추가해 적용하면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BEMS 개방형 SW개발을 놓고 관련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 연구기관이 민간 시장에 개입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BEMS 사업은 KT·SK텔레콤 등 통신사와 LG CNS·포스코ICT·한화S&C·대우정보시스템 등 IT서비스기업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외 사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삼성SDS 등도 자체 SW를 보유, 그룹 계열사 건물 대상으로 BEMS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국내 상당수 대형 건물이 그룹 계열사 소유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외사업으로 발주되는 BEMS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사업이라고는 공공 분야밖에 없는 BEMS 시장에 국가 연구기관까지 가세해 대외사업 수주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BEMS 표준화 기준을 마련한 만큼, 민간업체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면 부족한 성능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민간 시장에 출시된 동일한 SW를 국가 연구기관이 개발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업계 반발에 대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개발이 완료되면 중소·중견기업을 선정, BEMS 개방형 SW를 민간에 이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