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정전’ 등 거듭되는 전력난을 겪으면서 공급 위주 전력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 송전탑 건설을 두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밀양 사례에서 보듯이 발전 인프라를 무조건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법은 ‘수요관리’다. 전력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는 수요관리로 발전소 신규 건설을 억제하고 에너지효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정보기술과 융합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는 물론이고 대규모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6개 에너지 신사업을 발굴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6개 모델의 사업화 가능성을 조명하고 시장 조성을 위한 해결 과제를 7회에 걸쳐 제시한다.
수요관리는 소비자 전력사용 패턴을 조절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활동을 말한다. 발전소 건설 등 전력공급 확대와 달리 최소 비용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인다. 수요관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ICT와 융합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도 가치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중심 정책을 ‘공급 확대’에서 ‘수요관리’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수요관리 시장 창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산업부가 최근 6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수요관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자의 자발적 절감 노력이 필수라고 판단해 시장 창출로 민간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게 정책의 핵심이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관리 사업 △에너지관리 통합서비스 사업 △독립형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 △태양광 렌털 사업 △전기차 서비스·유료충전 사업 △화력발전 온배수열 활용 사업을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했다.
민간 수요관리 사업자의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지능형DR(수요관리)’ 사업을 포함해 6개 아이템은 사업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지능형 DR사업은 빌딩이나 공장설비에 ICT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설치해 수요에 따라 에너지 소비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모델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 예비율이 떨어지면 공장·건물 등의 전력소비를 줄이고 이를 전력시장에 입찰해 판매할 수 있다. 사업장의 에너지절약을 컨설팅하고 ICT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파생된다.
미국 에너녹, 프랑스 에너지풀 등 지능형DR 전문기업이 이미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규모 사업장을 보유해 독점 우려가 있는 대기업 참여를 30%로 제한하고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력소비 데이터 사용권도 보장하는 등 민간 참여를 위한 진입 장벽도 제거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보조에 의존한 고효율 에너지 설비 보급사업도 민간 자금 유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투자비가 높은 에너지 저장장치(ESS)·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보급 확대를 위해 사업성 분석에서 사업 관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기발광 다이오드(LED)는 설치 이후 전력 절약분만큼 투자비를 상환하는 민간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사업 방식으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렌털 사업은 월 350㎾h 이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월 일정 금액의 대여료를 납부하도록 했다. 소비자는 초기 투자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특히 신재생 생산인증서 판매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돼 렌털비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전기차 서비스와 유료 충전 사업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기택시, 렌터카, 카셰어링 등 전기차 서비스업체(B2B)에 유료 충전서비스를 먼저 제공한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잉여열도 재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화력발전소 온·배수열을 인근 영농단지에 보급하면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6대 신사업이 궤도에 올라서면 향후 에너지와 기후변화 분야에 2조800억원 상당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1만2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이내 확산 가능 모델, **2016년 이내 확산 가능 모델, *2017년 이후 확산 가능 모델>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