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의지가 강한 데다 대표 경기선행지표인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바닥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명쾌한 정책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경제 지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392억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늘어 3월(0.7%)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하반기 경제회복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 흑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 세월호 사태 여파로 부진했던 4~5월의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주가는 좋다. 최경환 경제팀의 내수 활성화 기대 속에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3년간 갇혀 지내 온 박스권을 뚫고 뛰어올랐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지표임을 고려할 때 향후 경기회복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기업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최근 주요 기관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치 100을 모두 밑돌았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제조업체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P) 하락한 74를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5월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했다. 8월 업황 전망 BSI도 75로 3P 떨어지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특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가 겪는 고충으로 내수부진을 꼽은 기업은 22.7%에서 24.7%로 늘었다. 환율을 지목한 기업도 지난달 15.5%에서 16%로, 수출부진을 지적한 기업도 8.7%에서 8.9%로 늘어났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7월 경제심리지수(ESI)도 전월보다 2P 하락한 92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8월 종합경기전망 BSI는 91.6으로 6개월 사이 최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377개사를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경기전망 BSI도 81.6으로 지난달보다 5.8P나 추락해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최대 경영 고충으로 내수부진(복수응답 67.0%)을 꼽았다.
기업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에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한 기업분석업체 CEO는 “정부가 경제활성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의 2분기와 3분기 예상 실적이 좋지 않다”며 “세월호사태 이후 나타난 내수 침체가 회복될 시그널도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는 기업 투자 확대나 영업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 관점의 경기회복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기업이 느끼는 불필요 규제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체감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감한 규제 개혁과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경제 활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