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의 탄소 섬유는 40년이 걸려 오늘날 명품으로 탄생했다. 지금은 도레이 없으면 비행기를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달 초 도레이케미칼(전 웅진케미칼) 인수 후 전략 발표를 위해 방한한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의 말이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 소재와 섬유 기술 개발에 수십년을 매달리는 뚝심이 바로 지금의 도레이를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미래를 향한 자신감까지 비춰지는 말이었다.
우리 산업 구조가 이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조립 위주의 산업만으로 고도 성장 가도를 달려 온 지 수십년.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소재와 소프트웨어였다는 실상을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 산업 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나오면서 이곳저곳에서 소재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는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산업을 키울 때가 됐다는 공감대 또한 형성됐다. 특히 스마트 혁명 끝자락에서 삼성전자발 경착륙을 겪으며 유럽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독일 제조업과 전자산업 몰락에도 굳건한 일본 소재 산업을 다시금 바라보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확산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기존 산업 육성과 같은 프레임으로 소재 산업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수십년을 기다릴 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접근 방식부터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삼성은 전자소재 연구단지를 오픈하고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소재 사업에 안착하려 했다. 정부 역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서둘러 성과를 내는 전략을 택했다.
일본 소재 기업들의 지적처럼 우리는 빨리 투자하고 빨리 이익을 회수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다. 자리에 목매는 경영진부터가 바뀌어야 한다. 인내심, 소재 사업의 첫걸음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