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국가안전, 이제 ICT가 답할때

Photo Image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100여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부실한 예방과 대응에 실망과 좌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정작 눈앞에 보이는 성장지표에만 집중했을 뿐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아픈 과거가 계속 반복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여년 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을 때도, 10여년 전 대구지하철 화재로 수백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우리는 지금과 똑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해결 대안을 찾아왔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생하는 재난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국가안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ICT 강국으로서 그동안 각종 국가안전과 관련된 서비스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해왔다. 하지만, 구축하는 데에 들어간 노력에 비해 잘 운영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의 고민과 노력은 미흡했다. 그런 측면에서 ICT업계도 재난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국민안전을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지 우리 먼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다.

국가안전을 위한 ICT의 기능과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ICT가 사람이 하던 역할을 대체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ICT와 결합해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안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의 수준과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즉, 지금까지 ICT가 국가 안전을 위한 부분적이고 소극적인 지원자 성격이었다면 앞으로는 국민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준비 중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ICT 역할 정립이 요구된다. 100년 앞을 바라보고 미래의 국가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창조적 ICT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를 비롯해 빅데이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ICT 미래융합기술은 신성장동력임과 동시에 국가 안전을 책임질 중요한 열쇠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다방면으로 연구되는 국가안전과 관련된 미래융합기술들은 산학연의 적극적인 R&D 노력과 더불어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수다. 또 국가안전을 구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본 노하우와 융합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업계의 경험과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 가족과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힌 사건으로, 우리는 결코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순간 또 다른 참사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만시지탄(晩時之歎)만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선진 안전국가 건설을 위해 ICT를 중심으로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힘을 모으고 자원을 결집해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 yooty@kt.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