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해외 시장 개척, 주재원 양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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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로이센의 몰트케 원수는 프러시아와 독일제국의 참모총장으로 무려 31년간 재임하면서 독일군을 유럽 최강군으로 키운 전설적 인물이다. 몰트케 원수는 전쟁 규모가 커지고, 용병 기술이 복잡해지는 근대전의 양상에 맞춰 참모본부를 통해 전략적 관점에서 근대전을 이해하고 전쟁을 보다 치밀하게 계획할 수 있는 장교들을 집중 양성했다. 이런 장교들 덕분에 독일은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지난 연말,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과 수출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8년 중국 허난성에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성마다 다른 법률·제도·문화 및 언어 때문에 초기 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때 현지에서 활용할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주재원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 세일즈를 위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실감해 교육을 실시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유아용품업체인 중소기업 P사는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현지 전문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지 문화 및 언어 이해, 시장 파악 등 수출국 사정에 능통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 기업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이래 현재 10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기업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재원 파견 예정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지 못한다. 다양한 해외진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주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해 기업이 단기간 내에 파견시킬 주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여전하다.

이런 현장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글로벌 주재원 사관학교를 출범시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주재원 전문 인력양성 지원에 나선다.

지난 3월 167개 중소·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들은 해외 주재원들의 현지 바이어 발굴(25.4%), 인적네트워크 형성(23.8%), 현지 법률·세무·노무(11.0%)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기업들은 교육 대상국으로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중국(22.7%), 베트남(5.0%) 등을 선호하며, 4주 이내의 교육기간이 적정하다고 답변했다.

글로벌 주재원 사관학교는 교육 수요자인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중소·중견기업 주재원 파견 예정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현지 법률 및 제도 이해, 현지 노무·세무·금융 실무 등을 교육하며, 3개의 운영기관이 각각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KOTRA가 운영하는 과정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주재원 파견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3주라는 상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실시된다. 무역협회 교육과정은 중소·중견기업들의 진출 수요가 높은 지역인 중국 및 베트남 주재원 파견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6회 이내의 단기 교육으로 실시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국내 교육과 현지교육을 병행해 실시하는데, 국내 교육의 경우 중국 파견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단기 합숙교육을 실시해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구성했다. 현지 교육은 중국 진출 기업의 현지 CEO 및 임원들을 대상으로 상하이 및 베이징에서 실시된다.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해 세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지 진출국을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이 세계시장 진출에 앞장설 사병들을 글로벌 주재원 사관학교로 보내면, 이들은 훈련을 통해 훌륭한 장교로 거듭날 것이다. 몰트케 원수가 전략적으로 장교를 양성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듯 글로벌 주재원 사관학교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우리 중소·중견기업을 승리로 이끌 인력을 양성해낼 것이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khtoh@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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