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서비스 2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큰 대항마 없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금과 같은 영향력은 향후 1~2년간 나아가 최대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에 해외 진출에 대한 준비 부족과 개발사와의 상생 문제 등으로 구글, 페이스북, 하이브 등 카카오 게임에 대적할 강력한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본지가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 30곳 대표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여전히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응답이 83.33%에 달했다. 현재 게임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징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93.55%가 ‘비싸다’고 대답해 수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들은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대해 ‘영향력 있다’(53.33%) ‘매우 영향력 있다’(30%) ‘보통’(13.33%) 순으로 답했다. ‘별로 없다’와 ‘매우 없다’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매주 출시하는 카카오 게임 수가 늘면서 사용자 눈길을 사로잡는 신작 출시 효과가 줄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대적할만한 플랫폼은 없는 셈이다.
29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최고매출 30위 게임 중 22개가 카카오 게임이다.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임빌과 컴투스 게임 3개가 카카오에 맞선 유일한 플랫폼이다. 기대를 모았던 밴드 게임은 매출 100위권에서 밀려났다.
그동안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효과를 검증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메신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구글·애플에 직접 서비스하거나 카카오가 아닌 밴드, 페이스북, 아프리카TV 등에 서비스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 개발사 대표는 “카카오 게임이 워낙 많아져서 초창기의 폭발적인 시장 반응은 이제 기대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일정 수준의 신규 사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은 여전히 카카오 뿐”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업계서 불만을 제기한 수수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응답자 30명 중 28명이 카카오 게임 수수료가 ‘비싸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대표는 “영향력은 있지만 마케팅·고객관리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단순 중개자 역할만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표는 “페이스북은 로그인 API를 활용하면 소셜그래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카카오톡은 동일 기능을 수수료를 내고 사용해야 하니 문제”라고 말했다.
적절한 수수료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5~10%’ 수준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36.66%로 가장 많았고 ‘10~15%’가 33.33%로 뒤를 이었다. ‘5% 미만’은 10%, ‘15~20%’은 6.66%에 그쳤다.
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크지만 당분간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모바일게임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향후 1~2년간 현재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비율이 63.33%에 달했다. 3년 이상 영향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 비율도 33.33%나 됐다. 6개월에서 1년 미만에 그칠 것이란 응답은 3.33%에 불과해 여전히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카카오 게임에 대적할 플랫폼은 무엇일까.
많은 개발사 대표가 구글(28.2%)과 페이스북(28.2%)을 꼽았다. 대적할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응답도 10.25%에 달했다.
해외 서비스가 필수가 된 현재 상황 때문에 ‘라인’이나 게임빌·컴투스의 통합 플랫폼 ‘하이브’가 대항마가 될 수 있다(10.25%)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라인용 게임이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카카오와 달리 소수 게임만 서비스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입점 효과에 기대가 크다.
하이브는 게임빌과 컴투스의 국내외 사용자 기반을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몬스터워로드’ 등 해외서 인기를 얻으며 확보한 세계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상당한 출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아시아와 서구권 시장에서 동시에 인기를 얻은 ‘서머너즈 워’도 양사 사용자 기반을 동원해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앞으로도 높은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설문 참가자들은 대기업 위주의 게임으로 마케팅이 쏠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규모 마케팅 소스를 투입하지 못한 소규모 벤처기업 작품과 대기업이 물량을 쏟아부은 작품을 동일 카테고리에서 서비스하고 있어 정당한 시장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이나 라인처럼 해외 사용자를 확보해 세계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는 구조를 확립하지 않으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개발사 대표는 “카카오 게임은 국내 특정 사용자층이 타깃이어서 세계 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개발자들이 국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