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청색광 ‘블루라이트’는 과연 눈에 해롭나?

[테크홀릭] 요즘 청색광, 블루라이트에 대한 얘기가 인터넷에 자주 보인다. 청색광을 차단하는 렌즈는 물론 보안기와 차단 필름에 이어 모니터까지 눈에 관련된 수많은 업종에서 경쟁하듯 청색광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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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양 포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기사나 자료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청색광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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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나온 청색광 기기는 ‘눈 영양제’ 정도=청색광이란 안과학에선 “고에너지 가시광선(High-Energy Visible Light, HEV Light)라고 불리는 블루와 바이올렛 컬러의 400∼500nm 수준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뜻한다. HEV 라이트는 노인성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의심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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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광의 위험성은 400∼500nm 대역 가시광선 파장에 노출되면 망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는 2007년 기준으로는 아직 없었고 일부 설치류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 있었다.

정상적인 조건에선 빛이 망막의 수용체 세포(photoreceptor)에 도달하면 해당 세포는 대사과정을 통해 복구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 그런데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430nm 파장 청색광이 세포 산화 손상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였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선 408nm 파장에 1∼2분 노출, 430nm에서 25분 노출을 통해 영구적인 수용체 세포 손상과 망막 상피 병변을 유발한다고 나오기도 했다.

빛에 최대로 반응하는 망막 신경절 세포의 작용 스펙트럼은 470∼480nm에서 최대라는 게 발견됐다. 다만 잠재적으로 위험한 파장 범위로 볼 수 있지만 정확한 위험 파장 대역이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다.

UV와 가시광선이 인간의 망막이나 색소세포 상피에 손상을 줄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망막은 295nm 이하 단파장, UV 영역은 각막에서, 400nm 이하 단파장은 수정체가 흡수해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지난 1996년 노엘(Noell)의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망막은 400∼760nm 대역 전자기파(가시광선)과 일부 IR 대역에만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후 연구자들은 청색광의 유해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청색광과 노인성황반변성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은 인용 횟수를 얻고 있는 게 보인다.

청색광은 LED 광원 발전과 함께 LED 광원을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CD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자료 중 하나인 미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가 지난해 6월 밝힌 소비자 대상 가이드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보면 이렇다.

LED 광원은 더 많은 청색광을 배출할까? 보통 LED 광원은 기존 형광등이나 백열등, 할로겐 등에 비해 더 많은 청색광을 배출하는 건 맞다. 하지만 같은 색온도(CCT)에서 LED가 다른 조명보다 특별히 의미 있을 만큼 높은 청색광을 배출하는 건 아니다.

그래프를 보면 청색광 유해가능성과 색온도는 상당한 선형 상관성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높은 색온도를 쓸수록 유해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가장 높은 유해 가능성을 보이는 파란색, 검은색 테두리 점은 D65 자연광 스펙트럼(D65 Daylight Spectrum)이다. LED 광원은 D65 자연광 스펙트럼보다 유해성이 떨어진다는 뜻이 되겠다.

그렇다면 광원이 얼마나 밝으면 해로울까. 자료에 따르면 6,500K 색온도를 사용하는 조명에서 10,000,000cd/sqm 밝기가 되면 해로울 수 있다. 미 에너지부가 밝힌 내용에 따라 결론을 내보자면 같은 색온도를 가진 상황에선 LED는 비롯해 광원이 다르다 해도 더 유해하다고 할 수 없다. 현재 국제 기준이나 규격에서 LED 조명 공급 업체는 특별히 청색광의 유해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민감한 일부라면 특히 청색 단색 조명 등 특수한 조명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례별로 더 많은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 청색광 관련 제품은 눈 영양제 정도로 간주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보여 진다.

◇ 청색광에 대한 ‘흔한 거짓말들’=청색광에 대한 얘기가 많다 보니 흔히 접하는 정보 중에는 잘못된 것도 꽤 많다. 몇 가지 보면 “청색광이 수정체에서 흡수되지 않고 망막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망막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컬러로 인지 자체를 못한다. RGB 모두 망막 추상체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아. 이게 파란색이구나” 인지하게 된다는 얘기다.

“블루라이트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LED TV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내용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현대자동차의 파란색 LED 단색광으로 도배한 인테리어 조명이 더 위험해 보인다.

“블루라이트는 망막에 광화학적 손상을 일으켜 시야를 흐리게 하고 시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주된 원인이 되는 인자다”. 이는 색온도와 세기의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 앞서 밝혔듯 동물실험만 했고 아직 확증하기엔 이르다. 인구 중 10%에서 발생하는 노인황반변성 유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하는 단계일 뿐이다.

이런 문구도 있다. “청색광 주의보. 자외선보다 청색광이 망막에 더 위험하다.” 이런 정보에는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 보호가 필요한 분이나 눈에 작열감, 시림, 눈물, 극한 건조함이 있는 사람에게 청색광 차단 안경을 추천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좀 정도껏 하자”고 답해주고 싶다.

◇ 업계 홍보자료로 본 ‘청색광 과장’=그렇다면 실제로 관련 업계의 홍보 자료를 살펴보겠다. 언급된 출처만으로는 원문을 찾기 어려운 건 빼고 3가지 정도 자료를 찾아봤다. 홍보 자료를 보면 “심야의 청색광은 불면증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암, 당뇨, 심장질환, 비만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 청색광 차단 안경을 착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해당 자료의 원문은 이곳에 있다. 원문을 번역해보면 이렇다. 많은 연구는 밤늦게 이뤄지는데 밤에도 빛에 계속 노출되는 건 다양한 종류의 암, 당뇨, 심장질환, 비만과 연결된다. 하지만 심야에 빛에 노출되는 게 왜 우리에게 해로워 보이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결국 청색광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한밤중에 지속적인 빛 노출과 건강에 관해 말한 것이다.

원문을 보면 또 “청색광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특별한 고글을 착용하지 않고 낮은 수준 빛에 노출된 그룹과 청색광 차단 고글을 쓰고 밝은 실내 조명에 노출된 2개 그룹으로 나눠 멜라토닌 수준을 비교했다. 2개 그룹의 호르몬 수준이 비슷하다는 건 청색광이 잠재적인 멜라토닌 억제 인자라는 가설을 강화해준다. 이에 따라 해당 연구에선 야간교대근무자나 밤샘근무를 하는 사람의 경우 청색광 차단 안경을 권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이런 연구도 있더라 그런데 흥미롭더라는 소개 수준이다. 해당 연구에서도 밤샘근무나 야간근무 등 특정 조건에서 생체리듬주기에 대한 영향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이 자료는 생체리듬과 빛에 관한 유해성 관련 주제를 다룬 것이다. 한밤중에도 계속 빛에 노출되면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결론 쪽 권장 사항을 보면 야간 조명은 어둡고 붉은 조명을 쓰는 게 좋다. 붉은 조명은 생체리듬주기 변화나 멜라토닌 억제에 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또 침대에 가기 전에 2∼3시간 내에는 밝은 화면을 보는 걸 피하라고 말한다. 야간 근무를 하거나 한밤중에 수많은 전자장비를 사용한다면 블루를 차단하는 안경을 착용하는 걸 고려하라는 내용도 있다. 한낮에는 최대한 많이 빛에 노출되는 게 좋다. 이는 밤에 수면을 더 수월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간에는 기분과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결론을 보면 비타민을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일반론적인 내용이다. 근거로서의 가치는 없다.

다음은 업체 홍보 자료 2번째에 나와있는 “청색광은 세포 산화성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망막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자료의 출처는 여기다. 홍보 자료에서 근거로 들고 있는 ‘Light Emitting Diodes and the Blue Light Risk’. 이는 논메디컬 사이언티픽, 그러니까 근거가 부족한 자료다. 상단에 붙어 있는 푸른 눈 모양 로고는 안경 렌즈 관련 대기업으로 보인다. 주로 이곳이 블루라이트를 많이 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홍보 자료에 나와 있는 세 번째는 “청색광 차단 렌즈가 노인성 황반 변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유익하다는 이론이 역학적,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 이 내용은 논문(Glazer-Hockstein C, Dunaief JL. “Could blue light-blocking lenses decrease the risk of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January 2006)에서 발췌한 것이다. 실제 이 논문의 결론을 번역해보면 이렇다.

“증거는 부족하지만 역학과 실험 데이터 일부에서 조기 노인성황반변성을 가진 환자는 청색 또는 녹색광 빛에 대해 망막신경세포와 색소상피세포 노출을 최소화해 이익을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성 푸른색 또는 흰색 빛 노출과 망막 손상과의 관련성은 입증할 수 없으며 동물 배양 조직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환자 일생에서 경험하는 낮은 수준의 빛 또한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었다. 따라서 푸른 빛 차단이 노인성황반변성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임상 실험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런 결론을 홍보 자료에선 청색광 렌즈가 노인성황반병성을 앓는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이론이 역학적 실험적으로 증명됐다고 쓴 것이다.

청색광 유해성은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에실로(essilor)라는 특정 브랜드가 2013년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홍보 자료로 발표한 것 중 근거로 든 2011년 레퍼런스를 찾아봤다. 해당 논문의 결론을 요약하면 “이런 빛의 망막 노출이 노인성황반변성을 높일까? 노안을 일으키거나 녹내장을 악화시킬까? 오늘은 아무도 말할 수 없지만 블루라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지식이 축적될 때가 되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이다.

◇ 청색광 인체 유해성 여부는 증명된 바 없다=청색광 이슈는 예전 전자파 차단 보안경 정도 수준으로 보면 될 듯하다. 안과 전문의에게 물으니 현재까지 연구로는 청색광의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UV 노출과 황반변성 위험성과의 관계를 강력하게 입증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논란 중이라는 얘기다. 또 실험 연구에서 청색광을 노출시켜 신경세포와 망막색소상피에 손상을 줬다는 연구가 있지만 이를 청색광이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을 일으키는 데 관여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망막상피세포와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은 무수히 많다. 이를 굳이 실명의 3대 원인 중 하나인 황반변성과 연관 짓는 건 마케팅이라고 생각 된다는 의견이다.

망막의 신경세포는 손상되면 회복이 안 된다. 따라서 실제 황반변성 등 망막이 많이 손상된 환자에겐 자외선 차단 안경을 쓰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정상인에게 자외선 차단한다고 질환이 예방된다고는 안한다는 설명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청색광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증명된 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설치류에게 청색광의 유해 가능성은 있어보이긴 한다. 다시 업계는 이걸 비즈니스에 활용하거나 신제품에 적용하면 돈이 될 것 같다고 느끼고 마케팅을 위해 입증되지 않았지만 유해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인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환 교수 / 컬러테크연구소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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