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내유보금 과세 출발도 전에 후퇴하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경제단체 대표들을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최 부총리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직무대행 등 경제 5단체장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향후 추진할 경제개혁 방향을 공유하고 재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 악화, 비정규직 문제 등 민생을 안정시키려면 재계의 동참이 중요하다”며 “왕성한 기업가정신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업계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반면에 재계의 관심은 현안으로 떠오른 사내유보금 과세에 쏠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이 제도가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하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고강도 규제개혁과 내수 활성화 및 노동관계 유연화 등에 대한 법제 개선을 요구했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최 부총리는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배당, 임금 등을 이용해 가계에 흘러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이 당초 언급보다 후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향후 발생할 부분에만 국한해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이 쌓아놓은 현금을 풀어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 방침에 이해관계가 엇갈리겠지만 새 경제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원칙은 최 부총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반발이 있다고 물러선다면 원칙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 조정은 가능하다. 투자 및 고용창출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이 그 것이다.

당장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원칙을 거슬러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차라리 예정대로 과세를 추진하되, 시한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운용의 묘를 살릴 획기적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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