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주요 기업의 배당 확대 가능성을 내다보는 증권가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천명한 제2기 내각 경제팀의 정책 방향과 한국거래소의 배당 촉진책 도입에 힘입은 대기업 배당 확대 가능성이 힘을 얻으면서다.
21일 삼성증권은 시총 10위 기업 중 삼성전자·기아차·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모비스·LG화학 6개 기업을 정책 변경시 배당 증가 예상 기업으로 꼽았다. 현대증권도 삼성전자(1위)와 기아차(2위), 네이버(10위)를 배당 확대 기대주로 지목했다.
사내 유보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았던 삼성전자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10대 그룹 시총 상위 상장사가 대표주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삼성전자의 지난 3년간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6.2%와 0.7%였으며, 현대차가 6.2%와 0.8%, 현대모비스가 5.4%와 0.6%, 기아차가 7.1%와 1.1%였다.
증권가는 과거 기업 유보금 과세가 비상장 대기업 집단을 타깃으로 했던 것에 비춰볼 때 정책 변화시 10대 그룹 배당 확대 가능성은 높다고 점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내각은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거나 기업 유보금에서 일어나는 금융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거나 유보금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도 높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환원 정책 요구가 거세 최근 몇 년간 배당을 늘려왔을 뿐더러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사내 유보금은 크게 늘어났다. 교보증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0년 회계연도 기준 대비 2013년 회계연도 기준) 10대 그룹(현대차·삼성·한화·SK·롯데·GS·현대중공업·포스코·LG·한진) 82개사의 사내 유보금(이익 잉여금+자본 잉여금)은 약 183조원 증가한 520조원으로 55% 불었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일반 상장사 대비 유보율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사내 유보율(이익잉여금/자산총계) 16.8%에 비해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율은 26.5%에 달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은 “현대차, 삼성, 롯데그룹의 자산총계와 자본금 대비 사내 유보율이 매우 높아 사내유보 과세시 상대적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사내 유보율이 높은 만큼 배당 여력도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반도체(63.4%), 자동차(37.6%), 소프트웨어(35.9%) 등 업종의 자산총계 대비 사내 유보율이 높았다.
10대 그룹이 아닌 NHN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은 사내 유보율과 현금성 자산이 높아 배당 기대주로 꼽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사내 유보율 상위 기업 중 유보액 대비율(유보액/자산총계×100)이 50%를 넘는 삼성전자, NHN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엔씨소프트를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주로 지목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9년 100.4조원이었던 국내 상장기업 현금성 자산 총액은 5년 만에 지난해 연말 12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배당성향은 하향 추세를 이어왔다. 에프앤가이드와 NH농협증권에 따르면 기업들의 현금 유보율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 초반 50%에 육박했던 코스피200 기업의 배당성향은 최근 3년간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배당수익률은 1%대 초반이다.
<시총 10대 기업 내 기업 중 배당 확대 유망주 / 자료:삼성증권>
<증권사별 정책 변화로 인한 배당성향 확대(변화) 기대주>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